- 경찰의 ‘시위대 검거 성과급제’ 방침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 -

6일 경찰이 이른바 ‘시위자 검거 성과급 지급 방침’을 내렸다. 시위대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등급에 따라 ‘마일리지’ 점수를 주고 그 누적에 따라 상품권 등으로 포상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시위 진압 경찰관이 검거한 연행자가 불구속될 때 1인당 2만원씩, 구속될 때 5만원씩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으나, 이 사실이 보도되어 누리꾼과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현금 대신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현금을 ‘마일리지’로 바꾸었을 뿐 본질은 똑같다. 무슨 일이든 ‘돈’으로 따지는 천박한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국민들의 ‘몸값’을 매겨 경찰을 ‘인간사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집회를 강경진압 해 온 경찰들에게 ‘마일리지’까지 주겠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과잉진압, 인권유린이 벌어질지 기가 막힌다. 시위대 검거에 ‘현금’이 걸려있던 지난 5일, 경찰은 부시 방한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도로, 인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돈’을 풀어 공권력의 ‘효율’을 높인 셈이다. 반면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을 또 한 번 억장 무너지는 심정으로 봐야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찰의 ‘성과급 지급 방침’에 대해 어떤 문제도 지적하지 않았다.

경찰 발표 다음날인 오늘, 주요 일간지들은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각각 1건씩, 경향신문이 2건을 실었다.

한겨레는 <‘시위자 사냥’ 잘하면 포상>(2면)에서 “불법 시위자를 검거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신고 반려 등 조처로 사실상 반정부 시위 대부분이 불법 시위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에서 경찰의 이런 방침은 집회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경찰, 포상 내걸고 ‘촛불 사냥’>(11면)과 사설 <성과급 내걸고 시위대 잡으라고 부추기는 나라>를 실었다. 사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해 갖는 집회·시위의 행위를 강·절도와 같은 죄를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행위와 동열에 놓고 취급하는 것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며 경찰의 방침을 “해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과잉 진압에 나서는 순간 공권력의 정당성은 사라지게 된다”, “검거 성과급제는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권유린 사태를 자초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라며 경찰 방침의 폐기를 촉구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불법시위자 검거 포상금 백지화>(20면)에서 이번 방침이 “사기진작용”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불법시위대를 검거한 경찰관이 거리가 먼 경찰서까지 가 검거 경위서를 작성하고 돌아와야”하는 경찰의 ‘노고’에 대해 “교통비 정도를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라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의 <경찰 ‘시위대 검거실적’ 포상 검토>(12면) 기사 역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경찰이 갑자기 빨라졌다>(11면)라는 기사에서 5일 해산 경고 후 곧장 대응에 나서는 경찰에 시위대가 “허를 찔려 내내 밀려다녔다”, “경찰이 세 차례 해산 경고방송을 하자 별 저항 없이 자진 해산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의 이전까지 대응은 “인내 진압”이었던 반면 5일 밤 경찰의 대응을 “전례없이 빠르고 강경”했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시위대 검거 성과급 방침을 “검거 포상 지급 논란” 정도로 치부하며 경찰의 입장을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평범한 시민들을 ‘시위대’로 만들어 놓더니, 이제 시민들을 얼마나 잘 잡아오느냐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은 군사독재정권도 놀랄 일이다. ‘이명박 시대’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민주주의와 인권은 후퇴하고, 경제 위기는 심화되며, 국민의 절망은 깊어진다. 그런데도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경찰이 빨라졌다’는 따위의 황당한 기사로 민주주의 후퇴를 부추기고 있으니 더욱 절망스럽다.

조중동은 냉정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행태가 진정 조중동이 바라던 것인가? 이토록 무능하고,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는 정부 아래서 조중동이 기대했던 것을 이룰 수 있겠는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민주주의 퇴행으로 폭주하는 이명박 정부를 붙잡아야 한다. 촛불이 수그러들었다고 민심이 돌아선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가면 민심은 폭발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8년 8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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