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이사회의 정연주사장 해임제청안 가결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 오전 10시 KBS 본관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감사원의 해임 요구에 따른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통과됐다. 11명의 이사 출장 중인 이춘발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이번 이사회는 개회 30분 만에 경찰 투입에 반발하여 남인순 이사가 자리를 떴으며 안건 상정 자체에 반대하는 이기욱, 이지영, 박동영 이사들이 퇴장해 남은 6명의 이사들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참담하다. KBS 이사회는 "정연주 사장의 부실경영, 인사전횡, 사업 위법·부당 추진 등 비위가 현저해 KBS의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 감사원의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해임제청안 가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11명의 이사 중 6명의 이사의 의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로써 정연주 사장을 해임시키기 위한 모든 절차는 끝났다. 정 사장이 어제 감사원을 상대로 해임요구 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과 효력집행정지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지만 실질적으로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 절차만 남겨놓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두 끝난 것이나 다름 아니다. 그동안 보여왔던 이명박 정부의 무지한 언론관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접해왔지 않았던가.

지난달 4일 기자브리핑에서 문화부 제2차관인 신재민 차관이 그런 말을 했었다. “KBS 사장 임명권은 물론 해임권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이에 많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현행 방송법도 모르는 신 차관이라며 비난했었다. 실제 방송법 4장 50조를 보면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임명 조항만 있으며 해임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결국 당시 말도 안된다고 이야기했던 그 문제의 발언이 사실로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결국 무지했던 것은 신 차관이 아니라 언론 종사자요, 언론·시민사회단체였다.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는다면 그 절차를 만들고야 마는 추악한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말이다.

그러나 똑똑히 보아라. 이명박 정부는 정 사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짓밟아 놓았다. 어제 공영방송 및 한국사회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 KBS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국민들이 연행됐다. 이명박 정부가 선택한 것은 이번에도 대화가 아닌 폭력이었다. 오늘 KBS이사회는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로써 국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언론자유는 물론이거니와 이 땅의 민주주의는 오늘도 한 발자국 후퇴되고 말았다. 오늘 우리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실패를 눈앞에서 목격했다. 임시이사회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경찰력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실패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진정 지키고자 했던 것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 ‘평화’, ‘국민’이 아닌 ‘정권’이라는 사실을 목격해왔다. 오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끝나고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도 공권력에 의해 이명박에 의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했던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라! △KBS 이사회는 정 사장의 해임임명제청권 철회하라!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음모를 당장 멈춰라! 요구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의 추악한 언론관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2008년 8월 8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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