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노동조합 등이 반발할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연대투쟁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노조가 연대해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심히 우려되지만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변화의 길에 저항과 연대, 시위 등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노사가 만들어놓은 이면합의를 놔두고서는 진정한 정상화는 불가능한 만큼 이면합의를 통해 과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관행은 이번에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공기업 방만경영에 노동조합이 책임이 있으며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특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방만경영 실태를 열거하며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출이 공공기관 부채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인식 역시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이 최근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복지비를 지출했으며 일부 기관은 해외에서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 고액의 학자금을 지급하고 직원 가족에게까지 치과 치료비를 지원했다”면서 “이들 공기업의 총 부채 규모만 작년 말 기준으로 400조원이 넘고,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공부문 개혁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노사 간의 자율적 협력에 따라 스스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라면서도 “정상화 방안만 있다고 해서 공공기관이 자동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건 아니며 방만 경영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 감독기관 등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와 야권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반발해 공동대응에 나선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주당 김현미, 설훈, 전순옥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차원에서 공공기관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여당에 제안한다”면서 “국민을 대표하여 공공기관 관련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공공기관 개혁의 중심추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304개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 구성 및 운영이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들은 “법률에 공운위 참여가 명시된 노동계 인사는 단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고, MB정부에서 사퇴압력을 받았던 시민사회단체 대표도 교체된 이후 임명이 없었다”면서 “공공기관의 이해당사자인 정부, 시민사회, 노동자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와 협의를 통해서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 경영 해소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노동계에게도 공운위 참여가 개방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작년 국정감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약속했던 노동계 대표를 공운위원으로 조속히 선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 노동조합과의 전면 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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