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와 STX그룹이 STX중공업의 수정만 매립지 조선기자재 공장 진입을 놓고 사기를 일삼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사기(詐欺)가 '나쁜 꾀로 남을 속임'이라 돼 있더군요.

1. 주민 투표 사기극
마산시(시장 황철곤)는 공장 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과만 손을 잡고 5월 30일 주민투표를 밀어붙였습니다. 찬성뿐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들 참여도 보장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5월 30일 투표를 한다면서 겨우 사흘 앞선 27일에야 일정과 계획과 대상 범위 따위를 반대하는 이들의 모임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이미 서울행 투쟁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투표한 숫자는, 찬성하는 사람들과 마산시가 있는 힘껏 영향력을 부려서 동원을 했을 텐데도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투표권자 선정도 최대한 찬성이 많이 나오도록 유리하게 했을 테지만 그랬습니다.

1150명 가운데 49% 남짓한 570명밖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520명만이 찬성했습니다. 전체의 45%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까닭 댈 필요도 없이 부결입니다.

그런데도 마산시장 황철곤은 그날 그 자리에서 투표 결과를 두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주민 동의'라 선언했고 이를 바탕삼아 STX그룹은 6월 5일 진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 5월 15일 열린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관련 협약체결. ⓒ김훤주
2. 제조 공정 사기극
더욱 중요한 점은, 수정만 매립지에서는 소음 진동이 많이 나는 작업은 하지 않고 공해가 가장 적은 선행탑재 공정만 진행한다고 했다가 이를 뒤집은 데 있습니다.

5월 13일치 <경남도민일보> 13면에 실린 마산시의 의견 광고가 있습니다. "수정지구에는 총 6개의 선박 건조 공정 중 조립된 블록 또는 의장블록을 연결하고, 폭 20cm 정도의 연결부 도장 작업만 이루어지는 5번(PE공정)만 이루어지고,……"

앞선 4월 14일치 <경남도민일보>에는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 정규섭의 투고가 있습니다. "①가공→②조립→③의장→④도장→⑤P.E→⑥탑재 등 여섯 공정 중 수정지구에서는 ⑤P.E 공정만 이루어져 지역주민이 걱정하는 환경피해는 일부분에 해당하며,……"

7월 하순에 수정만 현장을 찾아가 STX중공업 이홍주 상무에게 물었습니다. 소음 진동이 적은 선행탑재 공정만 한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상무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했습니다.

마산시는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STX는 시종일관 선행탑재를 포함한 모든 공정을 수정만 매립지에서 소화한다고 얘기했다면서 무슨 회의록을 보여줬습니다. 거기에는 그리 해석될 수도 있을 글자가 몇몇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12월 주민들에게 나눠줬다는 '수정단지 조성 계획'입니다. 여기 5쪽에서 선박 건조 공정 여섯 개를 다 소개했습니다. 이어지는 6쪽에서는 제작된 블록을 수정단지에 가져와 선행탑재만 해서 '진해 조선소로 이동'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기입니다. 처음에는 주민 반대가 크니까 어쨌든 소음 진동 먼지가 적게 나는 공정만 소화한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 투표가 끝나고 나서 슬그머니 뒤집는 것입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을 속인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있고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되풀이 말하는 STX가 한 짓입니다. 지역 주민을 섬겨야 한다는 마산시의 책임 있는 공직자가 저지른 속임수입니다. 이밖에 보상 사기극도 있고 협박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 STX중공업주식회사의 '수정단지 조성 계획'. ⓒ김훤주
3. 민주노총에 요청을 했다는데
STX중공업의 수정만 매립지 진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최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수정만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이며 주민 인권 문제라고 말입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는 STX조선을 비롯한 STX그룹 계열 기업 노조 조직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STX그룹이 마산시와 짜고 마산 수정 주민들한테 저지른 일을 해당 기업 노조 조직들이 당했다면 그대로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리라 봅니다.

실제 가능성은 없지만, STX조선 사용자가 노조 반대 세력과 짜고 노조 해산 찬반 투표를 했다고 칩시다. 거기서 또 절반이 안 되는 찬성이 나왔는데도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조합원 동의'라면서 해산을 강행했다고 칩시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결사하고 반대할 것입니다. 게다가, 해산을 하면 임금 총액을 10% 올려주겠다고 했다가 투표 마친 뒤 말을 바꿨다고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총액이 아니고 기본급이 기준이다, 10%도 실수로 잘못 말했고 실은 1.0%다, 이렇게 말입니다.

4.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민주노총에 기대합니다. 노동조합이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시기를 말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다른 계급을 위해서도 자기 노력을 보태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투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STX그룹 계열 기업 노조 조직의 경우, 조선 산업 활황으로 작업장이 비좁고 모자라는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상대방을 속여가면서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사용자에게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노동조합이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지역에서 이번 일을 두고 기대에 차서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가 한둘이 아님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잘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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