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 미성년자 연예인 한 명에 대한 인신공격의 융단폭격이 웹을 달구고 있었다. 발단은 ‘김새론 친구가 올린 카스 사진’이라는 게시글과 사진이었다. 와인병이 놓여 있는 탁자를 배경으로 김새론과 친구들이 같이 있는 사진이었다. 테이블 위 카스 맥주와 맥주잔, 귤과 과자, 김새론이라는 실명을 태그한 카카오스토리의 사진은 김새론이 미성년자임에도 술을 입에 댈 수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두 장의 사진에 하나 더, 김새론이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진을 보면 테이블에 담배가 놓여있다. ‘저기 동그라미 친데 보면 담배가 있음’이라는 설명으로 담배까지 손대고 있다는 걸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김새론이 술과 담배를 하는 듯한 고의적인 사진 게시로 말미암아 네티즌은 설레발을 떨었고 일부는 김새론 마녀사냥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김새론의 미니홈피를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그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같은 동네 한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지인들 중 작년 카스(카카오스토리)에 맥주가 세 장 사진 속에 떴는데 그날 처음 봐서 작년 사진을 해명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명절 전이라 가족들과 와인 파티를 하려고 했는지 당연히 어른들이 계시니 와인이 술이란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쇼파에 앉은 채 사진을 찍어 죄송합니다.

바쁜 스케줄에 쉴 수 있다는 자체에 신이 나 노래방에서 혼자 방방 뛰며 놀아 담배란 게 있었는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몇 번 본 같은 동네 친구가 착해서 더 알고 싶었고 이 친구도 알아가기 전에 처음 본 친구들이 어떤 친군지 뒷조사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고 만나 죄송합니다. 술이 있었든 담배가 보였든 제 앞에서 담배를 피웠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미니홈피에 써놓은 김새론의 글을 보면, 맥주는 마시지도 않았는데 김새론 친구의 지인은 김새론이라는 태그를 달아 마치 사진 속 맥주를 김새론이 마신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 탁자에 담배가 있는 줄도 몰라 죄송하다는 김새론의 해명은 김새론의 친구나 지인이 악의적으로 사진을 올린 것임을 분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배우 김새론 ⓒ연합뉴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믿는 것과 정반대의 증거가 나올 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확증 편향적인 사고관을 가진 이는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의 증거 자료가 나와도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지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하는 정반대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다.

김새론에게 비난의 융단폭격을 펴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올린 사진은 김새론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도, 술을 마시는 직접적인 장면을 찍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김새론이 술과 담배를 한 것처럼 오해하게 할 법한 사진이다. 김새론이 아무리 미니홈피에서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키보드워리어는 김새론이 술과 담배를 했을 것이라는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웹에서 비난의 화살을 마구 날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펼친 악의적인 사진 놀음에 마치 자신이 김새론의 집행관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악플 세례를 퍼붓고 있다. 김새론의 주장이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는 건 김새론의 미니홈피 진술 외에 이날 함께 사진을 찍은 다른 친구의 댓글과 사진이다. ‘중2가 와인도 마시나 보네’라는 악의적인 사진 글에 올라온 새론이 친구의 댓글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사진 중에 한 명이고, 같은 날 저희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새론이랑은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더 친해지고 싶어서 집에 초대를 했습니다. 제가 새론이한테 친구들도 있고 어른들도 계시니까 놀러 오라 해서 오게 되었고 제 친구들과 새론이는 실제 처음 보는 사이였습니다. 여러 명의 부모님들이 계셨고 저희는 와인에 입만 댔고 새론이는 먹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희 나이와 다르게 새론이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들을 부럽다며 요즘 밤샘 촬영에 학교친구도 안 본 지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네가 좋다는 날 믿고 친구로 생각해 준 새론이에게 하루만이라도 진짜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주고 싶었습니다. 저희로 인해 새론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댓글을 읽어보면 새론이의 친구들이 호기심으로 와인에 입을 댄 거지 새론이는 마시지도 않았다고 한다. 김새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이면서, 댓글을 올린 이가 새론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댓글과 함께 올렸으니 조작 댓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확증 편향에 빠진 이들은 이때다 싶어서 김새론을 향한 악의적인 글을 만들고 웹에서 재생산하기에 이른다.

김새론의 해명이 있어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새론의 친구의 댓글과 해명이 있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확증 편향을 통해 김새론을 음주 연예인, 혹은 흡연 연예인으로 단죄하려 드는 이에게 김새론의 미니홈피 글을 들려주고 싶을 뿐이다.

참고로 이글은 유느님의 글이라고 한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 한 마디가 누군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지만 내뱉어진 말이 거꾸로 나를 다스린다’. 누군가를 정죄하려는 공명심으로 악플이라는 화살을 날릴 때 그 화살에 맞는 건 김새론이기도 하지만 악플을 날린 키보드워리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허위사실 유포, 혹은 명예훼손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키보드워리어에 대한 형사처벌이 늘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