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 TV 속 이미지는 조금만 건드려도 욱 하는 이미지로 나와서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

“주위 분들이 저의 캐스팅에 대해 건네는 말 중 ‘너 이번에도 건달이니?’ 또는 ‘언제 죽어?’ 하는 말이 많았다. 처음 시작은 악당으로 출발한 게 많다. <작전>이나 <아저씨>, <추적자>와 <구가의 서>에서 저는 나쁜 직업을 가진 배역이다.

원래 대본에는 뼛속까지 악당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은 악당이 아니라 순박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로 바뀐다. 감독님과 만나고 촬영을 하면 할수록 대본의 캐릭터가 아니라 조금씩 바뀐다. 악당이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로 중간에 바뀐다. 그래서 요즘은 귀여운 역을 많이 연기한다.(웃음)”

- 영화 <용의자>에서 껌 씹는 장면은 대본 속 설정인가, 조재윤 씨의 아이디어인가.

“인물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있었다. 원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씹는 해바라기 씨를 씹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 야구 선수들이 씹는 해바라기 씨가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껌을 씹겠다는 설정을 감독님이 주고, 감독님과 제가 구체적으로 만들어갔다.

껌을 한두 개 씹어서는 느낌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두 통도 모자라 세 통까지 씹었다. 캐릭터의 감정을 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빨리 씹을 때랑 천천히 씹을 때 등으로 캐릭터의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을 9달 동안 했다. 껌을 너무 많이 씹어서 껌 씹다가 이빨 씌운 게 빠졌다.

어지간해서는 씌운 게 빠지지 않는다. 부산에서 마련된 작전실 세트에서 촬영하던 중이었다. 껌을 씹다가 입 속에서 ‘아자작’하는 소리가 났다. 뱉어보니 이빨에 씌운 게 두 개나 빠졌다. 아직도 치료 중이다.”

- 무명 시절이 길었다.

▲ 사진 제공 연극열전
“무대미술을 전공했다. <웃음의 대학>이 제 이야기 같다. 극 중 작가가 희곡을 만드는 것처럼 제가 실제로 만든 대본이 당선되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무명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인 것 같다. 아버지가 오랜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작년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벗은 TV였다.

아들이 연극을 하면 객석에 오셔서 관람해야 한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서 공연을 보지 못하셨다. TV에 아들이 나오는 모습이라면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는 심정에서 정말 열심히 연기했다. 예술이라는 세계 안에서 연기로 활동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싶다는 바람, 혹은 배우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꿈과 희망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웃음의 대학>이라는 큰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와 주위 분들에게 감사한 일이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 월급이 아닌 연봉이 140-180만 원이라 힘들었다. 휴대전화는 걸지 않고 받기만 했다. 금전적인 부분이 무명 시절에 가장 힘들었다. 어머니가 생일인데 아들이 선물 한 번 해드린 적이 없다. 대학로를 왔다 갔다 하는 차비와 휴대폰 기본료를 빼면 남는 게 없어서 부모님에게 해드릴 돈이 없었다.

술을 마시고는 싶은데 돈이 없었다. 극단에 들어간 대학 동기들이 소속된 극단에서 회식하는 자리가 있으면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마시고 가기도 할 정도로 힘들었다. 혹시 극단의 선배가 제 동기에게 처음 보는 저를 보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안녕하세요, 조재윤입니다’ 하고 인사하고 염치 불구하고 얻어마셨다.”

- <추적자> 이후 대중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긴 무명 시절을 보상받는 심정인가.

“<추적자> 이후 <용의자>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알아봐주시는 분도 많아지고 사인해 달라는 팬이나, 같이 사진 찍어달라는 팬을 만나면 제가 이 정도로 유명해졌나 하고 어색한 게 사실이다. 이제는 새로운 욕심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제 얼굴을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제 ‘이름’을 알리고 싶다.

<웃음의 대학> 공연 후기 댓글을 보면 송영창 씨, 서현철 씨, 류덕환 씨 등은 많이 언급된다. 김승대 씨는 뮤지컬계에서 알려진 배우라 김승대 씨의 이름 역시 언급이 많다. 하지만 제게는 얼굴을 많이 아는데 이름을 잘 모르는 분이 있다. ‘저 배우, 영화배우다’가 아니라 ‘조재윤 씨’하고 알아봐 주시는 게 올해의 목표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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