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 해임 제청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KBS 이사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7일 저녁 8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범국민행동·상임위원장 성유보)이 열던 ‘공영방송 사수 및 방송장악 규탄’ 밤샘 촛불문화제가 대회 시작 2시간 남짓 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 최고위원이 7일 KBS본관 앞 촛불문화제 무대 위에 올라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윤희상

성유보 집행위원장·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정청래 전 의원도 연행

진압 작전에 나선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무차별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성유보 위원장과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등도 경찰에 끌려갔다. 밤 11시 현재 연행자 수는 23명이며, 동작경찰서와 용산경찰서로 흩어져 수용됐다.

문화제는 KBS 본관 앞 보도 위에서 1천여명의 촛불 시민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최고위원, 민주당 송영길·최문순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롭게 진행되던 중이었으나, 경찰은 밤 10시가 되면서 전격적으로 해산 작전에 들어갔다.

보도 위에서 한-카메른 축구중계 시청중 진압 개시

특히, 경찰 해산 작전이 시작되기 10분 전인 9시50분께부터 참가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 카메룬의 개막전 축구 경기 중계를 대형 멀티비전으로 시청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9시30분께부터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첫 경고방송을 내보낸 뒤 이례적으로 30여분 만에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했다.

10시가 되자 여경들이 나서서 무대 맨 앞에 앉아 있던 정치인들을 에워싼 채 자리를 뜰 것을 요구했으며, 의원들이 버티자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이 직접 나서 정치인들을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이 참가자들을 강제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중계방송을 보던 시민들은 경찰의 갑작스런 진압 작전에 밀려 흩어졌으며, 일부 시민들은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 여의도공원 쪽으로 간 뒤 경찰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 경찰의 강제 해산 뒤 KBS본관 앞 도로 너머 여의도공원 쪽에 일부 시민들이 모여 경찰에 항의를 하고 있다ⓒ윤희상

▲ 경찰의 강제 연행되기 직전 연좌농성으로 벌이고 있는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맨 앞)ⓒ윤희상

“해임안 힘으로 통과시키면 정권 심각한 위기 빠질 것”

연행 직전 성유보 범국민행동 위원장은 “KBS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경찰이 이렇게 강제진압을 펼친 것은 이명박 정권이 내일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반드시 처리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며 “정권이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힘으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머지않아 기필코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시민들이 모여 평화롭게 축구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문화제였기 때문에 경찰이 전혀 진압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명박 정권이 과거 군부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독재정권이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한 뒤 1분 만에 연행됐다.

이날 문화제는 초청가수 공연과 참가자 발언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이었다.

▲ 여경들이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연좌대열 가운데)와 성유보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맨 오른쪽) 등을 둘러싼 채 해산하라고 다그치고 있다ⓒ윤희상

▲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민주당 최문순 의원ⓒ윤희상

▲ 경찰이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맨 왼쪽 뒷모습) 등을 강제 연행하려 하자 한 시민이(맨 뒤) 정 의원을 붙잡고 반대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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