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습 출근해 사장실에 머물고 있는 YTN 구본홍 사장을 취재하던 일부 기자들이 YTN 간부로부터 얼굴을 맞거나 밀침을 당하는 취재 방해를 당해 물의를 빚고 있다. 홍상표 보도국장 등 폭력적인 방식으로 취재를 저지한 YTN 간부들이 모두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 "부끄럽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날 오후 YTN 노조원들이 사장실로 물이 반입되는 것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시사IN> 고재열 기자가 YTN 대외협력국 간부에게 얼굴을 맞았다.

당시 고 기자는 사장실 안쪽 상황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앞으로 밀었고 이 간부는 이를 막으려다 고 기자의 얼굴에 거칠게 손을 댔다. 이 때 전국언론노조 김선중 YTN 지부장 직무대행도 어깨를 맞았다.

▲ 6일 YTN 노조원들이 사장실 앞 연좌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장실에서 나오는 홍상표 보도국장. ⓒ송선영
YTN 지부에 따르면 이 간부는 지난 4일에도 구 사장이 퇴근하려고 탄 엘리베이터를 일부 노조원들이 막자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사장실 안으로 물품이 반입되는 것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에게 YTN 홍상표 보도국장은 "사진을 왜 찍냐" "초상권 침해다" "저널리즘의 기본도 모르냐"며 막말을 했다. 아울러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사장실에 들어가서 이러면 좋겠냐" 등의 발언을 하며 사진을 찍던 인턴기자를 밀치기도 했다.

"기자 출신이 취재방해라니...YTN의 수치"

그러나 홍 국장과 대외협력국 간부는 기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과 없이 곧바로 사장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선중 지부장 직무대행은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으로 기자 출신이 취재 기자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가했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일은 YTN의 수치이고 이런 인사가 기자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가 수치"라며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취재 방해를 당한 기자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을 '낙하산 사장이라는 무리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고 기자는 "멀쩡한 사장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취재에 응하거나 거부했을텐데 언론에 30년 넘게 있었다는 사람이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있다"며 "구본홍씨는 '낙하산 인사'이기 전에 언론인 사장으로서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사저널 파업 사태보다 더 한탄스러운 상황"이라며 "YTN 노조원 대부분이 기자인데 이들도 자기 회사가 취재를 저지하는 상황을 보면서 허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YTN, 시사저널 파업 사태보다 더 한탄스러운 상황"

고 기자는 또한 "구 씨의 사장 임명이 확정되면 이제는 타사 기자들이 아닌 YTN 기자들에게 폭력적 소송, 폭력적 조치, 폭력적 인사 불이익이 행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YTN은 '공정 방송'이라는 상품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돌발영상 등을 제작한 뛰어난 YTN 기자들이 취재 현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으로 보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편 YTN 지부는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말자"며 이날 오후 9시 40분 사장실 앞 농성을 자진 해산했다. 이 때까지도 구 사장은 사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YTN 지부는 7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후문에서 전 노조원이 참여하는 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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