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하다. 아빠미소,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화면을 채우는 아이들의 발랄한 움직임이 정겹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다. 참 예쁘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이들이라면, 천사 같은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라 할지라도 모든 시간들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소 공감할 것이다.

아이를 오롯이 감당하는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이 전쟁의 치열함은 극에 달한다. 우리는 안다. TV속 나오는 저 귀요미들도 때로는 울고, 때로는 징징대며, 그렇게 부모의 속을 까맣게 태우기도 한다는 것을. 육아를 감당해보지 않은 이들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는 것을. 우는 아이를 향해 “나도 울고싶다”고 목 놓아 함께 울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에 48시간,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TV 속 아빠들의 움직임이 웃기면서도 슬프다. 웃프다. 아니, 애잔하다.

▲ 이소룡 옷을 입은 하루 ⓒKBS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방송되는「슈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의 성장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빠들의 성장도 담고 있다. 때로는 아이와 함께 웃으면서, 기뻐하면서, 눈물 흘리면서 아빠들은 그렇게 진짜 아빠로 거듭나고 있다. 비록 ‘방송’이라는 핑계를 덧댄 48시간이었지만 48시간이 거듭되면서 아빠와 아이들 모두 변했다. ‘아이를 방송에 내세운다’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시크했던 아이의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환한 웃음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방송이 가져온 행복한 변화였다.

1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강봉규 PD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꾸미지 않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가족에서 밀려나는 아빠들을 그렇게 가족의 품 안으로 들여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다른 육아 프로그램에 비해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진짜’, 즉 리얼리티다. ‘리얼’이라는 단어가 우리들이 쫓고 있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PD, 작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단어가 ‘리얼’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거다. 리얼에서 오는 감동이 있다. 아이들, 아빠들 다 마찬가지일 거 같다. 머리로 화려하게 구성한다 해도 (리얼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을 거 같다.

▲ 강봉규 PD ⓒ미디어스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 …청결 유지가 관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신경이 많이 쓰일 거 같다.

사전 준비를 많이 한다. (아이들에게) 위험할 소지가 있다거나, 정서적으로 안 좋은 것들은 있다면 부모들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이라도 유익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들끼리 하는 게 아니다. 기획, 구성에 부모님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같이한다고 보면 된다. 부모님들이 작가다.(웃음)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교수님께서 자문 역할과 함께 방송 리뷰도 해주신다.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이휘재씨 첫 촬영 할 때 아이들이 120일 정도였다. (아이들이 어렸기에) 제일 중요한 게 청결이었다. 실제로 촬영 VJ를 선발할 때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인원을 뽑았다.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니까 청결 유지가 관건이다. 첫 촬영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청결이었다. 나머지 아이들 집도 마찬가지로 가급적 담배 청정지역으로 만들고자 했다.(웃음)

PD라면, 혼자서 48시간 동안 육아를 감당할 수 있겠나?

그 전에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루나 준우, 준수 정도의 연령대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 같다. 그렇지만 쌍둥이는 못 볼 거 같다. 하루 정도는 꾸역꾸역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48시간은 못 버틸 거 같다.
이휘재씨도 48시간을 찍다보면 중간 중간 위기가 많이 온다. 실제로 방송 몇 번 탔는데 ‘계속 방송을 해야 하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건 진짜다. 중단 하고자 하셨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힘들고 아이들도 많이 보채고 하니까 ‘이걸 계속 해야 하는 건가’ 싶었나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유대관계자 잘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이휘재씨, 진짜 혼자서 육아 48시간 감당 하는 건가?

진짜 혼자 감당한다. 그렇기에 이휘재씨가 더 힘들어했던 것 맞다.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이 ‘리얼’이라고 말했듯 가장 중요한 촬영 기법 중 하나가 거리두기다. 개입하지 않는다. 이휘재씨가 옛날 같으면 ‘도와주세요’ 라고 제작진에게 도움을 청했을 텐데,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으니 이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휘재씨는 진짜 48시간 혼자서 아이들을 본다. (방송용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이휘재씨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웃음)

▲ 야구선수 황재균과 쌍둥이들을 보고 있는 이휘재 ⓒKBS

작은 텐트 안에 숨어있는 VJ들 …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한 달에 몇 번 촬영이 있나

3주 텀이다. 3주에 한번 48시간 동안 쭉 찍는다.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다. 간헐적 육아도전기다. 네 가족(타블로, 장현성, 이휘재, 추성훈)이 동시에 진행하는 건 아니고 각 가족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복잡하다.

각 출연자 집에서 숨어있는 VJ들의 고충이 있을 거 같다.

힘들 거다.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하기에) 따로 안 물어보고 ‘고생했어요’ 한 마디 한다. 정말 움직이지 못하고 좁은 공간 갇혀서 찍는다는 게 힘들 거다. 나도 안 해 본 일이다. 밥도 잘 못 먹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있기에 음식 냄새가 나면 안 되니 호일로 말은 김밥을 넣어주고, 물을 넣어주고 테잎 넣어주고 그런다. 갇혀 있다. 감옥살이다. 너무 힘들게 고생한다.

지금 출연자 가족으로 언제까지 방송이 나가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다.

계획을 갖고 한 게 아니라서 (언제까지 할지) 그런 계획이 없다. 자연스러운 시기가 오지 않을까. 이휘재씨에게는 섭외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은 이휘재씨와 처음과 끝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나름대로 실험적인 부분이었다. 서언이 서준이가 120일된 아이로 시작해서 5~10년 뒤 학교 갈 때까지… 그때까지 서언이 서준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기론 다큐멘터리를 5~10년 동안 찍은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주기적으로 찍으면 되게 커다란 다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휘재씨에게는 그랬는데 ‘웃긴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라.

최근 PPL 논란이 좀 있는 것 같다, 물티슈, 기저귀, 홍삼음료 등 프로그램의 순수한 의도를 다소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적인 측면이 있는 거 같다. KBS에서 제작비가 남는다면 PPL을 할 이유가 없다. 제작비가 많지 않아 써야 할 제작비 전액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도 어쨌든 회사다.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피해갈 수 없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 방송은 어쩔 수 없는 산업이기에, PD로서 예산 관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어쨌든 PPL이든, 아니든 주부님들은 아기 물품에 관심이 엄청 많다. 사실 아기 물품들은 이전부터 다 썼던 것들이다. 아이들이 쓰지 않는 물품은 PPL 하지 않는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것은 할 수 없다. 아이들이 기존에 쓰고, 먹던 것인데 공교롭게 PPL이 들어와 숨어있던 부분을 끄집어낸 것이다. 홍삼음료도 하루가 이전부터 먹던 거였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추블리라는 별명이 생긴 추성훈의 딸 추사랑 ⓒKBS

“아이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아이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되레 이걸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송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걱정되지는 않나?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부모와 만나 이야기 하면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아이들의 변화다. 혹시 아이들이 이 방송으로 인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부모들과 함께 방송을 구성하고, 서천석 교수와 함께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도 예능 PD, 작가인데, 재미있는 거 뻔히 아는데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우리가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부모의 의견을 100%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도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훨씬 많다. 타블로, 장현성씨가 이야기를 한다. ‘방송이 아니면 아이들과 이 만큼의 시간을 가졌을까’ 라고. 다른 아빠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방송이긴 하지만 방송을 핑계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됐다.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이 상당하다. 타블로씨는 항상 행복하고 좋다고 한다. 아이들의 유의미한 변화들도 있다. 시크했던 하루가 변하는 것을 보고 타블로씨가 깜짝 놀란다.

강혜정씨만 해도 방송 초반에는 (48시간 동안) 어딜 가지 못했다고 한다. (걱정스런 마음에) 집 주변을 빙빙 돌았다고 한다. 걱정되어서 문 앞까지 왔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방송 시작하기 전, 강조한 것이 ‘48시간 동안 오셔서는 안 된다. 아이들과 접촉은 안 된다’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하더라. 잘 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서 좋다고 한다. 모든 엄마들이 그런 거 같다. 처음에는 친정에 가서 (상황을) 예의주시했는데 지금은 (믿고) 맡기고 간다. 가족 간에서 오는 의미 있는 변화인 거 같다. 그런 좋은 변화들이 있기 때문에 해 볼만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자의든 타이든 가족에서 밀려나는, 숙명적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아빠들을 조금이나마 가족 품으로 들여보내고 싶었다. 48시간을 찍어 60~8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진지한 것 보다는 즐거운 것 위주로 편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빠들은 힘들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거 같다. 출연하는 부모는 연예인이지만,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다.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따뜻한 시선으로 다큐 보듯이 봐주셨으면 한다. 아빠들은 연예인 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로서 바라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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