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시끄럽다. 국회에서는 사퇴하라며 질타의 소리를 높인다. 언론은 그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폭등을 초래했다며 사퇴를 압박한다. 이른바 보수신문까지 가세해 비슷한 논조를 편다. 급기야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연명으로 그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여의도통신
그는 19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도입될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다. IMF 관리체제란 국가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경제정책의 누적적 실패에서 비롯하여 책임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는 외환위기가 경고음을 울리는데도 듣지 않고 환율방어에 매달렸다. 결과는 외환유출을 촉진하여 외환위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IMF 사태에 대해 정책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전통이 없다보니 그가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아무리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더라도 그에게 경제수장이란 중책을 맡기려면 먼저 책임을 따졌어야 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한국경제의 조타수를 맡겼으니 배가 방향도 모른 채 표류하고 있다.

그의 고환율 정책은 폭등하는 수입물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원유,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값이 폭등하는데 환율을 올려 불난 데 부채질한 것이다. 지난 6월 원자재 수입물가가 작년동기에 비해 무려 92.5%나 뛰어 관련통계가 작성된 이후 28년만의 최고치다. 앞으로 시차를 두고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될 판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환차익을 누리면서 증시를 탈출하도록 도와줘 주가폭락을 자초했다.

국회에서 돼지 삼겹살 값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이었다. 몰라도 될 것 같지만 물가관리의 총책을 맡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면 대충은 알아야 한다. 미친소 탓에 쇠고기에 대한 대체수요가 늘어 돼지고기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값이 뛰지 못하게 고삐를 묶겠다고 하던 이른바 'MB 물가관리대상 52개 품목' 중의 하나이다. 물가동향을 파악하지 않으니 모른다.

또 대부업의 살인적 고금리가 도마에 오르자 오히려 옹호하고 나섰다. 금리가 100%라도 돈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말이다. 담보도 신용도 없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른바 금융소외자가 770여만명에 달한다. 그들은 이자상한선이 49%나 되는 대부업자의 돈을 잘못 쓰다가 신용불량자라는 구렁텅이로 빠지고 만다. 일본의 대부업자들이 이 나라의 대부업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일본에서는 이자상한선이 15%이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4고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정권 답게 서민의 고통을 몰라라하는 경제수장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시장이 신뢰를 잃었으니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물가폭등에 따른 소비감퇴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4.8%로 떨어진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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