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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시민사회, 정면 대결로 가나?[해설]'공영방송 장악' 둘러싼 힘겨루기, 새 국면 접어들어
안영춘 기자 | 승인 2008.08.05 20:35

감사원이 5일 KBS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연주 사장의 해임 요구를 결의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둘러싼 시민사회와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단 기선을 잡은 건 이명박 정부 쪽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원법 32조 9항을 들어 '정 사장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정 사장을 '부도덕'한 인물로 규정한 것이다.

감사원법 32조 9항은 '감사원은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이사회·검찰 행보 빨라질 듯

   
  ▲ 정당, 언론시민단체, 현업 언론단체, 교육, 시민사회단체, 네티즌 등 536개 단체로 구성된'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감사원이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은 KBS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에 큰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주시하고 있던 KBS 이사회와 검찰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애초 임시이사회 일정을 일주일 앞당겨 오는 7일 열기로 한 것도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의 탄력을 받아 정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면담 등 베이징 올림픽 관련 공식 일정까지 막으며 정 사장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검찰도 정 사장에 대한 신병 처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소환을 거부해온 정 사장에 대해 직접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과 체포영장 집행을 통해 강제 수사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비위' 판단 근거 싸고도 논란 커질 것

그러나 감사원의 정 사장 해임 요구 결의에 대해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데다, 정 사장이 횡령이나 금품수수 등 개인비리가 포착되지 않아 이명박 정부의 뜻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감사원 발표를 앞두고 KBS가 지난 5년 간 매체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1위에 오르고 경영에서도 180억원 흑자를 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정 사장의 '비위'와 '해임 요구 결의'를 둘러싸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KBS 이사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달 23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이와 관련해, KBS나 정연주 사장이 어떤 식으로든 법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BS가 감사원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경우 감사원은 재심청구를 받은 뒤 2개월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감사원은 재심 청구권자에 대해 'KBS 이사장'만 해당한다고 엄격한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어 재심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사장 해임 최종 변수는 '법리적 판단'

또, KBS 이사회가 해임권고 결의를 의결하더라도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에 대해 대통령이 해임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신재민 문화부 2차관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는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방송법 50조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은 할 수는 있지만 해임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임의로 해임하지 말라는 것일 뿐이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대응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등에 맞서 53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상임위원장 성유보)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쏠려 있던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도 빠르게 'KBS 지키기'로 옮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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