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은 맑고 광화문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보인다. 수없이 지나가는 차량과 말끔하게 차려입은 많은 직장인들, 청계천, 그리고 네거리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동상까지. 모두 익숙한 모습이다.

그러나 2008년 8월 5일 광화문 곳곳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조금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 정부중앙청사 앞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걸려있다. ⓒ송선영
정부중앙청사에 태극기와 함께 걸린 성조기, 그리고 미국대사관 근처를 둘러싼 경찰 병력과 장갑차.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광화문 풍경이다. 부시 대통령 방한 2시간 전인 5일 오후 4시 즈음, 카메라 한 대를 들고 광화문 곳곳을 누볐다.

▲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 ⓒ송선영
먼저 동아일보 앞으로 갔다. 신문게시판이 녹색 보호막으로 감싸져 있다. 촛불집회 때마다 단골 '파손 기물'이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났다. 부시 방한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는 이날만큼은 어떻게든 보호하겠다는 동아 나름의 세심한(?) 전략이 느껴진다. 'CCTV 촬영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아무리 눈 씻고 봐도 CCTV 카메라를 찾지 못했다. 정말 촬영하고 있는 걸까?

▲ 5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가 열렸다. ⓒ송선영
프레스센터를 조금 지나 서울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는 때 아닌 '양산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오후 4시부터 열린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양산을 쓰고 광장을 차지했기 때문. 국민화합과 한미동맹의 강화를 강조하는 이들은 찬양과 기도로 열심히 하나님을 향해 외쳤다. 이들이 부른 찬양 중에는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이란 구절이 있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옳은 길, 의의 길은 무엇일까? 이들 옆에는 '부시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대형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대학생 재협상단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송선영
청계광장에서는 전경들의 기합 소리가 요란했다. 이날 청계광장에서 발족식을 마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대학생 재협상단과 경찰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경찰과 이에 맞서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연신 외치는 대학생들. 지나가던 한 할머니는 "왜 대학생들이 지나가려는 것을 막느냐"며 "내 평생 이런 더러운 광경은 처음 본다"고 경찰을 향해 거센 소리를 퍼부었다. 옆에 있던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한 아저씨도 할머니를 거들었다. 이 때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채증을 하고 있는 한 전경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저기 파란색 옷 입은 사람도 찍어!"

▲ 미국대사관 앞에 등장한 장갑차. ⓒ송선영
미국대사관 앞에는 수 백 명의 경찰 병력과 함께 장갑차가 등장했다. 미국대사관을 둘러싼 병력과 장갑차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지나가는 시민들마다 장갑차를 유심히 바라본 것을 보면, 적어도 시민들에게 좋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해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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