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 UP>에서 지난 8일 치킨에 대한 염지 등을 다룬 방송이 나간 후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송 내용에 충격을 받고 놀라움과 경악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사실상 해당 방송이 마녀사냥 수준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디어스>는 해당 방송이 나간 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10일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된 검색어들을 소개하면서 치킨 관련 방송 부분에 미덥지 않은 점이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염지’는 원래 육류를 조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며 특히 치킨의 경우 염지액에 닭고기를 담그는 방법, 주사기를 이용해 직접 염지액을 닭고기에 투입하는 방법, 닭고기와 염지제를 용기에 넣고 회전시키는 방법 등이 흔히 쓰이고 있는데 이 모두를 지나치게 부당한 것으로 묘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치킨마니아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은 <미디어스>의 지적과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치킨의 조리 과정에서 염지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조리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녀사냥 하듯 왜곡해서 방송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염지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를 무슨 죄를 짓는 것 마냥 묘사해 놨다”면서 “염지제 자체에 대한 문제도 공업용 염지제를 쓸 수도 있다는 것 외에는 사실상 지적된 게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치킨이 나트륨 범벅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중량 대비 나트륨량을 따지면 라면보다 나을 것”이라면서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문제를 삼을 만한 수준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염지를 통해 육류 요리의 맛을 향상시키는 조리법은 국내에서도 이미 생소한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 유행한 ‘아웃도어’ 열풍은 염지를 통한 육류 조리법을 일반인들 사이에 보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야외에서 그릴을 이용한 바비큐 요리 등을 하기 전에 주요 재료인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염지액에 담가 놓아야 한다는 점 등이 상식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염지 방법을 설명한 글 등을 찾아보면 소금과 물, 그리고 허브 등 기타 조미료를 혼합하는 황금비율 등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염지’는 이미 육류요리의 ‘상식’이 돼있는 셈이다.

▲ 8일 방영된 <불만제로 IP>의 내용 중 치킨에 대한 대표적인 염지법인 '인젝션 공법'을 문제삼은 부분. (화면 캡쳐)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러한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오버’가 마치 언론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의 대표 사례인 양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치킨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언론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를 망하게 하는 건 순식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MBC의 <불만제로 UP>이 비록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사실상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도 이러한 무책임한 내용을 그대로 방영해 언론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불만제로 UP>를 접한 한 언론계 관계자는 “언론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하는 지상파에 반발해 직접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사람들에 유사보도니 뭐니 하는 딴지를 거는 것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의 해악을 시정하는 게 더 시급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불만제로>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편향적이고 광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 및 외주화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MBC 측은 파업 이후 당시 <불만제로>를 제작했던 PD 등을 제작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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