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가 또 다시 시청률 24%를 넘겼다. 4회 때부터 20%를 넘어서더니 그 이후로 쭉 상승세를 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어제 방송된 7회는 24.1%로 6회에 비해 소폭 하락한 기록이지만, 상당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박지은 작가에게 명실상부 시청률 제조기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만하다.

‘별에서 온 그대’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데에는 천송이를 연기하는 전지현의 대활약이 한 몫 하고 있는 것일 테다. 15년을 탑스타로 군림하다가 2주만에 나락으로 떨어진 여배우의 좌절과 허무함을 이렇게 코믹한 연기로 그려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단순히 예쁜 여배우가 망가지는 연기로 반전을 일으켰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연기가 무척이나 정교하고 깔끔하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예쁘면 내용과는 상관없이 작품에 호감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제일 잘 나가는 미모의 여배우를 섭외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여배우가 물오른 연기력까지 갖추었다면, 기본 시청률은 따 놓은 당상이다. ‘별에서 온 그대’ 는 전지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그녀와의 러브라인으로 호흡을 맞추는 남자 배우들의 존재감이 시청률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전지현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김수현과 박해진. 이 두 배우의 연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고 풍부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자신들이 지닌 가장 매력적인 표정과 제스처를 한껏 표현해 내면서 말이다.

천송이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이휘경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하다. 그의 프로포즈에 천송이가 ‘예스’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예스’라고 말할 뻔 했다고 한 것인데도, 이휘경은 천송이를 이내 꼭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진도 많이 뺐네’ 그는 천송이가 자신의 프로포즈에 대해 한순간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한 여자에게 이렇게 맹목적인 순애보를 지닌 재벌 2세 캐릭터에게 어찌 호감이 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휘경 역에 박해진은 미친 존재감의 숨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연기 내공의 힘을 내뿜는 배우는 남자 주인공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이다. 사실 김수현에게 연기 내공이라는 말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오래된 중견 탤런트나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낸 배우들에게서나 어울릴 법한 말이기 때문이다. 아직 김수현은 파릇한 청춘 27살이 됐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에게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서 연기 경력을 따져보면 제법 여러 해가 되고, 그동안 그가 출연한 작품 하나하나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연기 내공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보여주기 힘든 면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김수현은 전작 ‘해를 품은 달’에서의 격한 감정 연기를 그려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민준이라는 역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캐릭터라, 때로는 불친절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암묵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캐릭터야말로 자신만의 확실한 연기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김수현은 이렇게 불친절한 캐릭터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천송이에게로 가는 도민준의 마음을 조심스럽고도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전달하고 있다. 천송이로 인해 조금씩 짓기 시작하는 도민준의 옅은 미소. 그의 웃는 듯 마는듯한 미묘한 미소는 환한 웃음보다 오히려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존재한다.

김수현의 시선은 언제나 크고 넓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바라보기보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빛이다. 그의 시선 처리로도 도민준이 갖고 있는 감정의 변화를 읽어낼 수가 있다. 천송이에 대한 감정, 그것이 서서히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말이나 행동이 아닌 망연한 듯한 눈빛으로도 잘 그려내고 있는 김수현이다.

한 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핸드폰을 천송이와의 연락을 위해 구입하고, 냄비우동이 땡긴다는 천송이가 무심코 던진 말에 같이 먹기 위해 2분을 싸들고 오는 등 자연스럽게 천송이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도민준의 모습은 꽤나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아닌 척 하고, 감정을 숨기는 행동들이 멋대가리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도, 김수현은 도민준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끊임없이 재창조해내고 있다.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초능력자, 달리는 차를 세울 만큼의 파워를 지닌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캐릭터. 한마디로 우스운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도민준이며 그를 연기하는 김수현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서히 그의 연기 내공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도민준은 드라마 사상 가장 훈훈한 로맨티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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