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6시 1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또 하나의 약속>은 2007년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가 딸의 죽음에 대해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통상적으로 영화는 제작사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지라 제작 지원을 받지 못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사진 - OAL 제공)
이 자리에 참석한 박철민은 “이 영화를 도저히 못 따라갈 거 같아서 첫 대본을 읽고 울컥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울컥했고 첫 촬영할 때 울컥했다. 신 내부를 찍을 때 2-3천만 원의 돈이 필요해서 촬영하지 못할 형편에 어느 복지가가 수천만 원을 주셔서 세트 짓고 촬영할 때 울컥했다. 어느 분에게 음료수와 과자 같은 다양한 물품을 지원받았을 때에도 울컥했다”며 촬영과정에서 가슴 뭉클한 다양한 사연이 있었음을 밝혔다.

박철민 배우만 이 영화에 도움을 베푼 손길이 있었음을 밝힌 건 아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역시 “작년에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걱정이 많았다. 100여 분이 1억 2천만 원의 종자돈을 만들어주셔서 찍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0여 분의 개인 투자자 분들이 10억을 만들어 주시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3억 원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들었다”며 영화를 지원한 다양한 손길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유선은 “딸을 잃은 아픔이 무얼까를 생각하며 촬영했다.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달려가다가 생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영화로 그렸다. 이제는 서로를 좀 더 배려하고 둘러보아도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촬영 소감을 밝혔다.

(사진 - OAL 제공)
이날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에서 이채로운 점은 국내매체 기자가 질문을 던지는 제작보고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제작진과 배우에게 질문을 던진 이는 국내매체 기자가 아닌 외국인이었다.

가디언지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영국 기자가 “이 영화는 산업재해를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보고 나가서 어떤 심정으로 나갔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박철민은 “픽션이긴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보니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배우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이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서로가 대안을 나누고 문제를 깊이 알고 예쁘게 해결하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발이 다가 아니라 대안적인 성격도 갖고 있음을 밝혔다.

김태윤 감독은 “개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 DVD로 구워서 길거리에서 팔까도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제약이나 걸림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들었다”며 이 영화로 인한 외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스무 살 어린 딸을 산업재해로 인한 백혈병으로 가슴에 묻어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또 하나의 약속>은 2월 6일 개봉예정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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