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말 겉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길과 노홍철의 가상결혼 프로젝트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길은 아주 능숙하게 연상인 송은이와 김숙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반면, 돌+I 노홍철은 숫기 전혀 없는 모습으로 장윤주의 도발적인 터치에 자지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건 예능이건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때 시청자는 행복해진다. 확실히 우결조차 무도가 하면 뭔가 달라도 달랐다.

이번 일은 새해를 맞은 무도가 ‘만약에’라는 주제로 각 멤버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받고, 그것을 회전 원판으로 돌려 복불복 미션을 수행하기로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일곱 명의 아이디어 중에는 정말 위험(?)한 것도 있었다. 무도 멤버들이 끔찍이도 꺼려하는 부인 및 자식들 출연이나, 유재석이 제안했던 조정, 봅슬레이가 걸렸다면 아마도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유재석의 만약에가 걸리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도 정형돈이 제안한 무도의 마지막 총각들 노홍철과 길의 가상결혼이 걸린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 박명수가 제안한 ‘내가 국민엠씨라면’은 사실 크게 기대되지 않기는 하지만 또 무도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줄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노홍철과 길은 가상결혼이라는 미션에 일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당황하는 이유는 조금 달랐다. 노홍철은 가상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놀라는 모습이라면 길은 상대가 송은이와 김숙이라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재석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송은이, 김숙, 장윤주에게 전화를 걸어 곧바로 미팅 약속을 잡았고, 미션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노홍철은 혹시라도 장윤주가 거절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대한민국 연예인 누가 무도의 섭외를 거절하겠는가. 노홍철의 실낱같은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은 송은이와 김숙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무도의 ‘만약에’ 미션이 진행되고 가상결혼 팀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전에도 우결을 봤는데 또 보나 싶은 마음에 큰 기대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무도를 안다면서도 모르는 얘기였다. 우선 길은 일단 가상 데이트에 들어가자 아주 완벽한 데이트 세팅으로 송은이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내 크라이밍센터를 통해 건강한 데이트를 하더니 다음으로는 도심 속에 캠핑 분위기를 살려낸 식당을 찾아서는 송은이를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그런가 하면 텐테에서 풍선을 날려서 93년 이후로 데이트 경험이 없다는 송은이를 감동시켰다. 게다가 이후 송은이의 백수 친구로 등장한 유재석이 그런 길에게 “너 내 친구의 돈을 노리는 거냐”고 호통을 쳐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는데, 웃자고 한 말인데 길의 노련한 모습이 영락없이 그런 것만 같아 더 웃겼다.

길의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번 가상결혼의 정점을 이룬 노홍철과 장윤주의 가상결혼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 우선 노홍철이 장윤주와 가상결혼을 하게 된 것은 유재석의 즉흥에 의한 것이지만 장윤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선 더 웃겼다. 그런데 그런 것쯤을 금세 잊어버릴 상황들이 펼쳐졌다. 장윤주의 진심인지 연기인지 모를 적극성에 돌+I 노홍철이 얼굴이 빨개지도록 당황하며 쩔쩔매는 것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노홍철의 집을 찾은 장윤주가 톱모델다운 고혹적이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며 접근하자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우습기도 하면서 동시에 묘하게 에로틱하다는 점이 특별했다. 우결을 보면서도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다음 주에 펼쳐질 두 팀의 가상데이트, 가상결혼은 시작보다 훨씬 강한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역시 이미 다 식어버린 우결도 무도가 하면 확실히 달랐다. 무엇보다 강력한 무한도전의 도발은 바로 19금의 유혹이다. 장윤주의 섹시코드나 길과 송은이의 대화는 우결에서는 차마 못하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뉘앙스가 펄펄 넘쳐났다. 하긴 아이돌들이 반드시 끼는 우결은 가상결혼이라는 말을 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소꿉장난 같은 모습이니 그 한계가 분명하다. 우결, 보고 있나?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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