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이라……. 저는 독서가 부족해 항상 고민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도 코스모스 졸업해서 취미에 쓸 시간이 생겼고, 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에 (지금은 ‘파토’났지만) 참가하면서 읽어야할 참고자료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올해는 평소보다는 조금 많이 읽은 한해였습니다. 달리 말하면 당장 돈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반백수와 백수 신분인지라, 그나마 있는 남은 시간이라도,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행위로 채우자는 생각에, 그동안 쌓아둔 책을 읽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정하려니 무엇을 골라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외서도 자주 읽습니다. 외서가,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책 중에 꽤나 끼어 있어서, 선뜻 꼽기 곤란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올해의 책’인가, 하는 기준의 문제도 절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먼저 1) 한국어로 된 책 중에서, 2) 가장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든 3) 정보를 담은 밀도 있는 책으로 정했습니다.

(주-여러 가지 기준으로 선정한 후보로는 에드 멕베인의 <아이스>와 <살의의 쐐기>, 고다 요시이에의 <자학의 시>,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 엘모어 레너드의 <표적>과 <럼 펀치>와 <핫 키드>, 필립 K. 딕의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대부 시나리오 & 제작노트>, A. 마이클 슈메이트의 <예술가로 살아남기>, 고든 H. 바우어의 <나만의 캐릭터로 승부하라>, 도올 김용옥 <금강경 강해> 등등등등등이 있었습니다!)

클라우스 슐리히네의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 가>가, 올해의 책입니다. 사회학이나 국제정세에 대해 상당히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 부제가 “세계 곳곳에서 내전을 일으키는 무장단체들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연구 분석”인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체첸 내전, 중동 문제, 아프리카 내전 등 여러 무장단체들이 어떻게 해서 조직화하고 살아남는 가를 연구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예수와 김구와 옴 진리교에 공통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신성모독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 무장단체를 포함해, 특정한 사람들의 모임이 언제 커다란 단체가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예수와 김구가 획득한 정당성을 옴 진리교는 왜 획득하지 못한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 이 책은 “사람들의 모임인 형성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조직화하여 단체로 변화하는 것일까”를 주제로, 힌트가 될 키워드를 던집니다. 특히 정당성과, 이를 ‘교의’의 형태로 부여할 수 있는 지식인의 역할이 강조됩니다.

여러분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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