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연출했던 <1박2일>과의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을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송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최재형 피디가, <유희열의 스케치북> 본연의 맛을 살린 '솔로 특집'을 선보였다. 여기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본연의 맛이란 무엇일까?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전통은 공개 음악 방송이란 점이다. 다수의 방청객을 불러놓고 무대 위에서 양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그것도 말 그대로 '고품격 음악 방송'으로서, 다른 무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양질의 '라이브'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좀 듣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텔레비전의 모드를 '음악'으로 해놓고 프로그램을 감상한다고 한다. 즉, 이 프로그램의 주연은 바로 '음악'이다. 거기에 무대에서 한 발짝 내려오면 바로 객석인 관객과의 교감, 그것이 우리가 기계음을 통해 듣는 음악을 넘어서는 시너지를 가미해 생동감 넘치는 그 무엇으로 전달해주기에, 불타는 금요일 늦은 시간까지 인내하며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전 국민적(?)인 별칭이 되어버린 '감성 변태' 유희열이 거기에 있다. '감성'과 '변태',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단어의 조합인가. 바로 이 감성적이지만 거기에 침잠하지 않고 그것을 한번 비틀어대는 넉넉한 위트가 <유희열의 스키치북>의 또 다른 본연의 맛이다. 그것이 가장 잘 발현된 특집이 바로 27일의 솔로 특집 '오빠 한번 믿어봐'였다.
연병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유민상의 말이 솔직한 감상이듯, 27일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관객석은 오로지 남성들로만, 그것도 이른바 자칭타칭 '솔로'라는 남성들로 가득 찼다. 진짜 연병장에서만, 혹은 남고에서만 울려퍼질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선사한 걸 그룹의 노래의 후렴을 불러 제낀다.
'솔로왕'으로 뽑힌 24살의 남자가, 그 전날 다음날 할 일이 없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는 말처럼, 언제인가부터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최대 명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작년에 '솔로 대첩'이 실행되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명절은 곧 솔로들에게는 쓰디쓴 인고의 시간이 되어 버린 걸 의미한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자의건 타의건 누군가 함께해줄 사람이 없이 연인들의 명절을 홀로 보낸다는 고통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역설적 제목 '오빠 한번 믿어봐'를 통해 승화시킨다.
걸그룹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성시경과 유희열의 연애 코치도 들으며, '안 생겨요'의 고통을 나누고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의지를 고양시키는 것으로. 그렇게 슬픔을 위로하고 나누고, 즐기다 보니, 슬픔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게 바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가진 본연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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