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마리아라는 소녀가 진정한 성과 사랑의 완성을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작품 속 마리아는 한때 창녀로 일하며 성에 탐닉하거나 짓눌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과 사랑이 조화되는 완성된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작품 제목으로 쓰인 11분은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도대체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에서 시간의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표준으로 정해진 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 기사 주변에 산재한 '긴' 시간을 보장한다는 수많은 비뇨기과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인가부터 그 수많은 광고들은 우리들에게 '긴' 성행위가 '좋은' 성행위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 사례에서 바로 등장한다. <마녀사냥>의 상담 코너에서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하는 남성이 3분 정도의 짧은 성행위 시간으로 인해 매번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는 고민이 등장했다. '3분 카레'라며 살짝 놀려대기도 했지만 그 사연을 보낸 여성은 자신은 절대 이 남성에게 불만이 없는데 정작 남성 자신이 너무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네 MC들의 쿨한 입장과 달리, 대다수의 남성에게 그 시간이라는 건 자존심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을 표한다. 그에 대해 대다수의 여성 역시 고민을 보내온 여성처럼,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렇게 여성의 입장과 남성의 생각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성시경의 명쾌한 정의와 신동엽의 첨언처럼, 사람들이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상적인 통로가 없다보니, 왜곡된 지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인데,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얻은 왜곡된 지식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상대방은 괜찮다는데 나 혼자 자괴감에 빠지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녀사냥>은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수위에 들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여기서 19금의 야한 이야기를 해주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지점,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녀사냥>이 꼭 적절한 정보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신동엽은 짧아도 괜찮다는 여성들의 허위를 밝히기 위해 집요하게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행위 시간에 대한 질문을 여성 패널과 거리의 관객에게 던진다. 그리고 결국은, 너무 짧은 건 싫다는 답을 반복적으로 얻어내고야 만다. 그런 집요한 질문의 시간은 <마녀사냥>이 양질의 정보와 19금 탐닉의 줄타기에서 결국은 탐닉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1분이라는 비정상적인 시간 개념까지 제시하면서 결국 여자들은 자신을 오래도록 즐겁게 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통념의 늪에 다시 한번 빠지게 만들고야 마는 것이다. 곽정은 칼럼니스트가 성행위 시간을 구성하는 과정을 제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해줘도, 결국 이 시간을 지켜본 남성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집요한 신동엽이 얻어낸 '짧은 건 싫어요'가 아닐까. 이러니 매번 <마녀사냥>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