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국토교통부(‏@Korea_Land)의 트윗 계정을 보면 철도청이 부활했나 의심하게 된다. 트윗의 절반 이상이 철도파업 참가 후 복귀자는 몇 명인가, 철도노조의 파업은 왜 불법파업인가, 수서발 KTX 자회사는 왜 민영화가 아닌가 등을 해명하고 홍보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윗에 심심하면 링크를 거는 것이 『철도 파업 바로 알기』라는 국토교통부의 페이스북 글이다.

그 주된 요지는 현재 코레일의 부실경영이 심각하고, 이는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여 철도산업에도 경쟁체제를 도입, 경영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독점적인 철도 운송 사업자인 한국철도공사의 부실 및 비효율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였고, 따라서 철도 운송 서비스의 품질을 끌어올리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 자리해있다. 결국 철도 민영화 논란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철도공사의 막대한 적자와 부채는 어디에서 유래했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왜 해소되지 않고 갈수록 늘어나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철도공사 부채 원인은 과도한 인건비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공사 부채의 주요 원인이 운영비효율에 따른 영업적자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차량구입(2.7조원)ㆍ공항철도 인수(1.2조원) 등도 있었지만, 영업손실(4.6조원)과 용산사업 무산(’13년, 2.4조원)이 17조6천억원이라는 철도공사 부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업비용의 상당부분을 인건비가 차지(’12년 43%)하고 있는 만큼 부채비율이 435%(2013년 6월 기준)를 넘어서고 있는 경영 부실의 핵심 원인을 인건비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철도공사 1인당 평균 인건비 7천만원, 기관사 30%가 8천만원 이상의 임금”이라는, 과거에 말을 꺼냈다가 비판받은 허위사실을 들먹이곤 한다. 이는 정부의 공식자료인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도 나오지 않는 근거 없는 숫자이다.

물론 2012년 결산 기준으로 6,300만원인 철도공사 직원의 1인당 평균보수액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 액수 자체가 30개 공기업 중에서는 뒤에서 다섯 번째이고, 정부 가이드라인의 통제로 인해 최근 5년 동안 이들의 임금인상율이 평균 1.2%에 그쳤다는 점에서, 과도한 인건비 때문에 부채비율이 급등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 과장한 것이다. 더욱이 철도공사 임직원들의 평균연령은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평균근속년수도 19년에 달하며, 거대장치산업인 철도는 일상적인 정비나 유지에 인력이 요구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기에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감안해야 한다.

▲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인건비는 국유철도 시절인 철도청 시기에도 지적받았는데, 이에 따라 철도청은 강력한 경영개선을 추진하여 1996년부터 2001년까지 7,739명을 감축했다. 이렇게 인력이 감축되면 당연히 인건비 지출이 줄고 철도 적자도 대폭 감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기간은 철도투자가 확대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적자규모가 계속 늘어났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과도한 인건비가 문제다라고만 얘기하는 것은 철도산업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도 높은 인건비 비중이 문제라고 한다면, 철도의 생산성을 따져보자. 일반적으로 철도 사업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는 노동자 1인당 수송량이다. 이는 탑승한 사람 숫자에 사람별로 움직인 거리를 곱해 얻는 인-킬로미터 지표를 통해 측정되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 철도의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물론 인-킬로미터가 인구밀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엄청나게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기에 한 명의 직원이 얼마나 긴 거리의 열차 운행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노동자 1인당 열차킬로를 비교한 값을 보자. 지난 7~8년 동안 인력을 20% 가까이 감축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해온 결과 2011년 기준 철도공사가 산출한 노동자 1인당 연간 운행거리는 4400㎞에 달해, 국토부조차 모범적인 철도의 모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철도산업 발전방안도 독일식 모델이라고 홍보하였다) 독일철도공사(3800㎞)보다 길었다. 이를 통해 보더라도 철도공사를 마냥 방만한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

게다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철도 안전사고는 철도공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예산을 줄이면서 경영효율화에 매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11년 철도안전위원회는 철도공사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외주를 확대하고, 철도의 안전운행에 필수적인 관제사를 하위직으로 전환하는 등 예산을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3일 호소문에서 기관사 300여명,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기간제로 채용하고, 차량정비 등에 대한 외주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철도 민영화를 관철할 때까지 인건비 및 유지관리비 절감 타령이 중단되지는 않을 듯하다.

철도공사 부채는 방만경영 탓이 아니라 정부 정책 때문

사실 공공기관들은 지난 십여 년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지속적으로 비정규직화와 외주하청을 확대해온 결과 더 이상 인력 구조조정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철도 파업 직후에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을 과도한 임금과 과다한 복리후생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출발부터가 잘못된 분석이다.

▲ 철도파업 1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주변 선로에서 전철이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누적적자의 규모를 들어 철도의 경영부실이 심각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적자의 실제 내용은 사실 철도의 방만함과 비효율적 경영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오류에 따른 비용전가에 따른 적자와 철도산업의 특성상 발생하는 계획된 적자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과정에서 적자가 철도기관에게 전가된 경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경부고속철도이다. 애초에 정부는 6년 동안 최대 5조 8천억원의 사업비를 예상했으나, 부실설계와 부실시공, 대도시 역의 지하화 문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노선변경 논란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두 배 늘어났고, 공사비도 20조원이 넘게 들어갔다. 그 비용의 상당수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부채로 넘겨졌는데, 사실 과학적이고 정밀한 조사와 신중한 설계, 철도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는 건설계획을 세워 추진했다면 대부분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었다.

또한 정부도 인정하듯이, 민영철도의 새 시대 운운하면서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도 교통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인한 부실을 철도공사가 떠안았다. 이러한 엉터리 정부정책의 개선과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우선인가, 아니면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철도공사의 경영상태를 바로잡는 게 우선인가?

계획된 적자와 관련해서는 선로 사용료 문제가 중요하다. 선로 사용료는 고속도로의 통행료처럼 시설을 소유, 관리하는 철도시설공단에 철도공사가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매년 철도시설공단에 내고 있는 1천1백억원(’12년 기준)의 선로 사용료로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의 매년 이자 4천6백억원도 갚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런 부실 상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액면 그대로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선로 사용료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상하통합체제였던 철도청을 분할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건설비를 포함한 시설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운영기관인 철도공사는 철도 운송에만 전념토록 하여 시설비 부담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철도공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선로사용료를 지불하여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철도 선진국들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과 부채 인수로 만성적인 재정 악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철도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적극적 적자로 보기는커녕 철도공사를 비효율적 기관으로 몰아붙이는데 악용하고 있다.

수서발 KTX 법인 분리 안 해도 부채 문제 해소할 수 있어

한편, 2012년 고속철도부문의 영업이익은 5,136억원으로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에 반해 일반철도와 물류철도의 경우에는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3,000~6,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왔으며, 국토부에 따르면 2012년의 영업손실은 일반철도 4,523억원, 광역철도 452억원, 물류철도 4,317억원 등 모두 9,29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국토부의 저운임 정책이 큰 기여를 하였다. 시외버스 사업자들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국도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게 하는 시외버스의 운임제도와 같이 이들 적자 노선의 열차 운임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운송료가 원가의 60%에도 미치지 못하여 적자가 나는 화물철도의 경우 운임 현실화를 검토할 만하다. KTX 경부선 흑자분을 적자를 내는 일반선에 지원(교차보조)하면서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4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발생하는데, 그로 인한 이득을 수출물류기업, 정유사, 시멘트 회사 등이 가져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물류부분의 적자는 사실상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발생한 셈이므로, 화물철도 운송료만 정상화하더라도 철도공사는 영업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이처럼 철도 민영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철도의 부실과 비효율성의 근거들은 모순투성이다. 더욱이 경영상의 비효율 또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이를 통한 전횡이나 부정과 비리를 방치한 채 사회적 감시와 통제 시스템 구축 요구를 거부해왔던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아니, 전문성이나 역량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의 불합리한 외압에 저항하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는 기관장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현 철도 민영화 논란은 명확히 보여준다.

덧붙여, 철도 부채를 비롯하여 공공부채가 생긴 이유에 대해 천착해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수는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자산을 만들기 위해서,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후생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공공부채는 자신의 책임하에 갚아나가야 하는 민간부채와는 달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부채를 해결한다고 사회후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자산들을 처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철도만 하더라도 국토부가 발주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노선별 평균 사회경제적 가치가 철도공사의 경영성적 대비 약 21배 수준으로, 철도공사의 적자를 만회하고도 남을 엄청난 사회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부채감축을 명분으로 자산매각 손실에 대해서 불이익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밝히고 있어 자산의 헐값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4대강 사업처럼 세금을 낭비한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 추궁 및 사업 중단 조치가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공공기관 부채 과다, 급증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 이들 부채가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고, 어떠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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