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대한 ‘강경진압’을 하루 종일 생중계한 종편에게 ‘22사태’는 그저 “정동굴욕”에 불과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공권력’이라는 폭력적 행태로 해결하려고 한 박근혜 정권의 대응으로 인해 갈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법률계·학계는 “댓글 사건 등에 대한 국면전환용,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고, 민주노총은 28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종편에서는 ‘정보력이 부족해 철도노조 지도부를 놓쳤다’는 훈계뿐이다.

종편이 개국할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종편 보도와 관련해 “국민적 관심사를 알리려는 겉모양을 갖추었으나, 그 안에서는 정권이 반대되는 세력을 정리하는 과정 프레임으로만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 22일 TV조선 '뉴스7' 리포트 캡처

"종편보도, 천박한 저널리즘의 끝"

강성남 위원장은 ‘용산참사를 언급하며 밝을 때 끝내야한다’, ‘정보력 부족으로 놓쳤다’는 식의 종편 보도에 대해 “천박한 저널리즘의 끝을 보여줬다”며 “사회갈등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의 일방에서 응원하는 지원하는 듯한 모습으로 ‘더 잘했어야 했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그건 방송도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강성남 위원장은 이어, “종편은 공권력이 동네 깡패처럼 움직이는 상황을 단순히 CIA 등 미드를 보듯 그려냈다”고 꼬집었다. 실제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의 경우, 생중계 과정에서 “야~ 이게 공권력이죠!”라고 발언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방송이라면 국민적 관심에 대해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종편은 단순히 ‘정보력의 문제’로 접근했는데, 그 결론은 공권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 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공권력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지 못한 이유는 120% 정권의 입맛에 의해 움직여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세명대 정연우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사실 큰 사건이기 때문에 종편이 생중계 한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민주노총 강제진입’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연우 교수는 “공권력의 민주노총에 대한 강제진입은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입을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해머로 건물을 부수고 들어갔고, 박근혜 정부는 사전에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침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용산참사’라는 과거 교훈도 있듯 공권력 행사는 최대한 자제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우 교수는 이어, “이 같은 무리한 공권력 집행을 폭력으로 비췄다면 그 보도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종편은 민주노총이 ‘체포영장이 발행된 사람들을 불법으로 숨겨두고 있다’, ‘불법의 온상’으로 전하면서 공권력 행사가 정상적인 집행이라고 보도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커피믹스 훔치려고 투입했느냐는 비아냥까지"

박근혜 정권의 ‘공권력 집행’과 관련해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언론에서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검거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보부족’이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단순 종편 뿐 아니라 타 언론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박진 활동가는 “문제는 그게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상태에서 공권력이 투입된 것 자체가 기본권 침해이고 비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법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또한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공권력 투입이라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마치 국민들과 전쟁을 치르듯 투입시켰다”고 지적했다. ‘철도민영화’에 대해서는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고 코레인의 수서KTX 분할을 민영화의 초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가운데 공권력 투입은 성급했다는 비판이다.

박진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커피믹스 훔치려고 투입했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느냐”면서 “이는 국민과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경망스러운지 드러내주는 것이다. 제발 언론이 이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