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직선 코스로 진입해야 할 길을 우회로 돌다가 진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해한다. 한 번에 진입했다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었을 걸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뮤지컬 배우 김형묵은 그렇지 않았다.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의 시간이나 정성이 아까웠을 수 있었음에도 그는 이를 낭비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에서 멀리 뛰기 위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결과는 <요셉 어메이징>을 통해 무대 위에서 펄펄 나는 파라오로 승화되고 있었다. 진지한 연기면 진지한 연기,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기면 즐거운 연기 모두로 관객에게 기를 선사할 줄 아는 배우 김형묵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 사진제공 극단현대극장
-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보던 대령의 이미지와 실제로 연기하는 대령의 이미지가 다를 법 하다.

“대령은 음악과 죽은 아내, 아이와 나라를 사랑하는 이라 보수적으로 보일 법 하다. 그 안에서 감동을 끄집어내고자 노력한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대령의 매력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관객에게 많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제 이미지가 고전적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게리 쿠퍼가 맡았던 역을 연기한 적도 있다. 외국에서 노래 레슨을 받을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과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제 안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향수와 매력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20년 동안 하라고 해도 할 정도로 작품을 너무 좋아한다.

무대 연기이다 보니 영화보다 크게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무대 연기는 영화 같은 매체 연기와는 달리 다소 오버스럽게 보일 수 있다. 이를 해소하면서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게 제 숙제다. 드라마 <닥터진>이나 <신사의 품격>은 고전적인 요소를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간극을 줄여가면서 요즘 시대에 맞는 코미디와 사랑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서 영화의 매력은 최대한 살리면서 연기한다.”

- 많은 뮤지컬 배우들은 연기나 노래를 중요시하는데 김형묵 씨의 답변을 들어보면 연기나 노래의 스킬이 아닌 ‘깊이’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연극을 전공했다. 뮤지컬은 노래가 중요하지만 연기에서 시작해서 연기로 끝난다고 본다. 스킬도 중요하지만 연기하는 배역의 마음을 담는 게 중요하다. 관객의 마음에 깊이 다가가고자 하는 면이 중요한 게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어려워지는 건 아니다. 좀 더 즐거워지고 진지해지는 것 같다.”

- 김형묵 씨의 연기 경력에서 <요셉 어메이징>은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파라오 역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 파라오를 연기한다는 건 굉장히 가슴 설레고 떨리는 일이었다. 오디션 전에는 대개가 두렵고 떨린다. 하지만 <요셉 어메이징> 오디션은 설레는 즐거움이 컸다. 파라오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배역이다. 어디까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까 살짝 두렵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

관객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재능이 많다. 악역도 하고 진지한 역할도 많이 연기했지만 파라오처럼 즐거운 역할도로 다양한 배역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욕심이 많다.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사랑을 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드리는 게 꿈이다. 파라오처럼 즐거운 역할을 통해 관객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겠는가. <요셉 어메이징>의 파라오처럼 즐거운 역할이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령처럼 진지함으로 다가서야 하든 관객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만 있다면 모든 배역을 연기하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사진제공 극단현대극장
- 연습실의 에너지가 궁금하다.

“소향 씨나 박기영 씨 모두 내공이 있어서 너무나 잘한다. 연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동안의 가수로 쌓은 노래 내공이 뮤지컬 배우인 제가 들어도 기가 막힐 정도로 탁월하다. 연습실의 분위기가 업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는 걸로 안다. 트위터는 양날의 칼이다. 트위터 잘못 했다가 이미지를 망친 뮤지컬 연출가나 배우도 있다.

“트위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철학이다. 트위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 문자나 카톡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트위터로는 절대 하지 않는다. 트위터를 공연과 관련된 개인 방송국으로 활용한다. 공연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만 트위터로 나눈다.”

- 인터뷰를 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 다다르기까지 성장통이 있었을 것 같다.

“포스터를 붙이는 극단 생활로 첫 출발을 했다. 어느 때에는 관객이 단 한 명밖에 없어서 관객이 공연 마치고 술을 사주신 적도 있다. 극단이 빚더미에 앉아 끼니를 빵과 우유로 때워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연극배우 출신이라 뮤지컬에 서기에는 노래를 부루는 기술이 필요했다. 노래를 공부하며 성악의 꿈을 가지다가 배우의 꿈을 키워야 하는가, 혹은 음악의 길을 걸어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런 가운데서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무대에 다시 돌아왔는데 김형묵이라는 배우가 누구지 할 정도로 공연계에서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겪은 경험들의 저의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머물러야 할 자리는 연기고 배우라는 걸 자각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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