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거쳐 현재의 대한민국까지 400년을 지구에서 살아온 우주인 민준은 지구의 다양한 문화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빠진 어린 소녀를 돕다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별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구에 남겨진 민준은 400년이 흐른 어느 날 자신을 위해 지구로 향하는 행성을 발견하며 지구를 떠날 시간이 3개월 남았음을 알게 됩니다.

천송이를 알아본 민준, 사랑은 시작된다;
이중인격자 이재경에게서 송이를 구하기 위해 민준은 행성 복귀를 포기할까?

<상속자들>에 이어 새로운 수목극의 1인자가 된 <별에서 온 그대>는 빠른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본류를 담고 있으며, 우주인과 이중인격 사이코패스의 등장까지 초반 던져 놓은 상황들은 이후 이야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뱀파이어처럼 늙지도 않고, 항상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우주인의 등장은 이 드라마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주인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재벌집 아들이 사이코패스 이중인격 살인마라는 사실 역시도 <별에서 온 그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 들어서던 송이는 자신의 옆집 남자를 오해하며 이 불행한 혹은 행복한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밑장까지 모두 드러낸 송이는 그가 자신이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의 담당 교수라는 사실에 당황해합니다. 학점을 이수해야만 하는 과목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게 된 송이는 악연에 슬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2년 전에 만났던 여인이 400년 전 자신이 구했던 그 어린 여인과 닮았다는 사실이 민준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던 민준은 3개월 후 지구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유일한 존재가 그녀였습니다. 아무런 미련과 좋은 기억도 없었던 민준이 그나마 유일하게 보고 싶은 그녀가 바로 자신이 증오하고 싫어하는 송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오만방자하기만 한 송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가져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스페셜 방송을 찍기로 합니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여배우가 한다는 사실에 선뜻 응하기는 했지만, 방송에 노출될수록 비호감만 만들어가는 그녀에게 이번 스페셜은 정말 스페셜하게 비난을 받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기는 했지만, 프로폴리스를 프로포폴로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송이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지적인 모습은 리포트 제출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매니저의 말만 믿고 짜깁기로 만들어낸 리포트를 제출했던 그녀는 민준에 의해 혹독함을 선물받게 되었습니다. 400년을 살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에게 이 정도의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날 자신에게 쏟아냈던 비난이 바로 악플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준은 조금씩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에 취해 자신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 그렇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잠이 들어버린 그녀와 그녀를 찾기 한달음에 달려온 휘경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낯선 남자의 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는 송이를 집으로 데려간 휘경은 그저 송이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합니다.

모든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민준은 옆집의 송이와 휘경의 이야기까지 모두 듣게 됩니다. 그렇고 그런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민준은 간단하게 제압해 쫓아내는 송이의 행동이 그저 귀엽기만 했습니다. 술에 취한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실려 가듯 가면서 떨어트린 지갑을 발견하면서부터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갑 속에 있는 사진 속 어린 아이는 바로 400년 전 그녀이자, 12년 전에 자신이 구했던 그녀이기도 했습니다. 400년을 지구에서 살면서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존재가 바로 자신이 가장 증오하던 여자인 송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그들이 과연 어떤 사랑을 만들어갈지 알 수는 없지만, 3개월을 남겨둔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한류스타로 자리잡은 송이이지만 그녀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아픔이 존재합니다.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허황되고 낭비하는 삶은 송이에게는 아픔이었습니다. 자신을 이용해 만족만 채우는 어머니를 어쩌지 못하는 송이에게 가족이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400년 전 결혼을 하러가다 과부가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화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딸을 죽이려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다시 살렸던 민준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선물을 주었던 그녀에게 비녀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민준이 선물했던 비녀가 박물관에 보관되어 그의 기억을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왜 비녀는 부러진 채 발견되어야 했고, 그가 인간에게 그 어떤 도움도 주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풀어갈 문제이지만 분명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환생일지 아니면 도플갱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40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여인이 바로 자신 앞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민준의 선택은 흥미롭고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더욱 자신의 꿈속에 등장한 여인의 죽음은 과거 12년 전 송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구해준 것과 유사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도와주었던 놀음꾼이 패가망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지구인에게 도움을 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민준은 그런 자신의 철칙을 깨버렸습니다.

그 원칙을 만들게 했던 이화가 송이로 환생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지구인을 도울 수 없다는 그의 철칙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여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송이라는 사실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자신이 400년 동안 잊을 수 없었던 여인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단순한 로코를 넘어 그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가는 <별에서 온 그대>의 히든카드는 바로 S&C 그룹의 후계자인 이재경이라는 존재입니다. 후계자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봉사를 하는 완벽한 존재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전화 통화는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많은 살인을 해왔고, 현재도 살인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밝히는 재경은 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존재감이라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400년 전 이화를 죽이기 위해 나선 자객과 이재경이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는 시작 첫 주부터 얼개를 완벽하게 갖추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조선 욕쟁이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망가진 전지현은 완벽한 천송이로 거듭났습니다. 영화 <도둑들>에서 나온 '씹던 껌'을 대사에 녹여 욕으로 포장하는 그녀의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중인격 캐릭터가 두 명이나 존재하는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갈지 궁금해집니다.

민준의 꿈속에서 나온 여인의 위기가 바로 송이인지 아니면, 송이를 이기고 싶은 유세미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남은 3개월 동안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여인이라는 사실과 그녀가 다시 한 번 죽음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상황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초반 드러난 상황들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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