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표현’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단 비판이 거센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을 대폭 강화해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7일 방송회관에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일부 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진보넷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안이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이 아닌 한,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2002년 6월 27일)을 위배한다며 피케팅을 진행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개정안을 밝히는 공청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참여연대와 진보넷 등 정보통신 관련 주요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미디어스)
방심위가 통신심의 규정 개정안을 내놓은 배경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다양한 정보통신매체가 등장하고 있고, 트위터 등 SNS, 스마트폰 보급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기존 매체에 대한 심의 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유이다. 지난 2012년 2월 헌법재판소가 ‘통신심의의 근거 법규 등에 ’합헌‘ 결정을 내였던 점도 주요한 추진 배경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방심위는 ‘정보’와 ‘청소년유해정보’의 개념을 명확화하고, 해외 사이트 등 심의의 ‘적용범위 규정’을 확대하며, ‘심의의 기본원칙’을 정비한단 계획이다.

심의 기준에 있어서는 조문의 후단을 ‘금지’로 통일한다. 현행, ‘~정보는 유통이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를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통일화하는 등 조문의 문구에 강제성을 강화하고, 심의 규정의 적용 대상의 범위를 전에 비해 확 넓혔다. 예컨대, 현행 ‘청소년 유해 정보’가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되어 있다면 개정안에는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위원회가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한 것‘으로 바꿔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을 중요한 심의 기준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심의의 적용 범위 규정을 신설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전체를 심의 대상으로 해 사실상 통신 전체를 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 조문을 살펴보면, 성적 표현에 대한 범위 확대와 국가 질서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성적 표현에 대한 기존의 심의 규정은 ‘남녀의 성기, 음모 또는 항문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내용’에 한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라고 되어있었는데 반해 개정안에서는 ‘남녀의 성기, 음모 또는 항문 등 특정 성적 부위 또는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 또는 묘사하는 내용’에 대해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내용’까지를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 또는 청소년’ 규정 역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확대했다. 또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내용에 대한 심의 규정을 ‘사회 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이라고 바꿔 ‘사회질서’ 자체를 심의의 기준으로 삼았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개정안은 방심위 전체 회의에 보고되어 있으며, 향후 상임위원의 통과를 거치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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