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KBS이사회의 4000원 수신료 인상안 단독 의결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시청자단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다치고 기자들의 취재를 막아 파문이 예상된다.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매체비평우리스스로·한국여성민우회·언론인권센터·언론소비자주권모임, 이하 여성 네트워크)는 16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KBS 청경이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의 수신료 인상 규탄 기자회견 진행을 제지하고 있다. (미디어스)

하지만 기자회견문을 읽기도 전에 KBS 청경들에게 제지당했다. 청경들은 “내부에서 이러시면 안 된다”, “미리 얘기를 해 주셔야 한다”, “공문도 없지 않았느냐”며 여성 네트워크의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KBS 시청자 광장은)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공의 장소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규탄하기 위해 온 것이다. 이런 얘기도 못하느냐”며 기자회견문 낭독을 진행했다. 그러나 청경들이 물러서지 않아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그들에게 둘러싸인 채 기자회견문을 읽어야 했다.

여성 네트워크는 기자회견문에서 “힘겨운 삶 속에서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있다고 절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할 공론장의 기능은 걸어 잠그고 국민의 주머니를 억지로 열어 보겠다는 KBS 길환영 사장과 이사회, 그들의 양심과 윤리 수준은 얼마쯤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진지한 성찰과 함께 국민을 향한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 방송환경 전반의 소중한 공적 재원으로 거듭나야 할 수신료가 이합집단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2013년 세밑, 우리는 ‘도둑인상’은 무효라고 선언한다”며 “KBS 길환영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영방송 KBS를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여성 네트워크는 수신료 인상 처리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청자광장에 앉으려고 시도했으나 청경들이 진압해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여성 네트워크 소속 이현정 씨가 본관 현관까지 쫓겨났고, 추혜선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 참가자가 다치고 밀쳐졌다. 또한 청경들이 기자들의 카메라를 만지고 빼앗으려 하는 등 취재를 방해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KBS 청경들은 참가자들의 기자회견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미디어스)

자신을 KBS 청경 근무팀장이라고 밝힌 직원은 “이렇게 안으로 오셔서 하는 건 시청자로서 (의견표명을) 하는 게 아니고 집회”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을 채증했다. 한 기자가 촬영 이유를 묻자 “여러분들(기자들)이 찍으니까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공영방송 KBS의 현 주소”

여성 네트워크는 KBS 청경들의 이 같은 과잉진압을 강력 비판했다. 윤정주 소장은 “수신료 기습 인상은 되고 왜 기자회견은 안 되는 것인가. 시청자의 수신료를 받아서 운영되는 KBS에서 왜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할 수 없나”라고 말했고, 이효상 언소주 전 사무총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강행한다면 KBS 불시청운동,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것이다. 수신료 인상 말고 방송이나 똑바로 하라”고 비판했다.

유민지 민언련 활동가는 “국민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KBS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감히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할 수 있나”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언론시민단체, 시청자단체들의 목소리마저 폭력으로 진압하려는 모습들이 지금 KBS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올 때까지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인권센터 사무처장은 “KBS 구성원 스스로 지금의 KBS가 국민의 방송 KBS인지 자문해봤으면 좋겠다”며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민 한 사람이라도 설득하면서 인상안이 통과됐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날치기 처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국민들 모두에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경들의 취재 방해로 촬영에 차질을 빚은 <경향신문>의 김기남 기자는 “청경들이 취재하는 카메라에 손을 댔기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던 것”이라며 “KBS는 언론사이면서도 자기들을 취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제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에 많이 나가봤지만 경찰도 이렇게까지 (과잉 진압)하지 않는다. 여성분들을 청경들이 그냥 다 잡고 밀쳤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가 수신료 인상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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