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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무규칙 배열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블로그와]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바람나그네 | 승인 2013.12.16 11:10

<응답하라 1994> 방영 이후 ‘응사앓이’ 중인 시청자들은 금요일과 토요일만 기다리게 됐다. 이는 시청 패턴을 바꾸는 시도였지만, 그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해 시청자를 단숨에 끌어안았다.

이런 인기는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이 큰 도움으로 작용했고, 그를 시청하지 않은 이들 또한 <응답하라 1994>를 만나고 다시 전작을 살펴보는 역주행 시청 패턴을 보이는 등 그 반응은 열광적이기까지 하다.

<응답하라 1994>는 나정의 남편 찾기를 전회에 걸쳐 복선으로 깔아놓으며 시청자에게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주고 있다. 친남매인 줄로만 알던 이들이 사실은 친남매가 아니었고, 시간이 가며 이들에게서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가하면, 하숙집 식구가 된 칠봉이 성나정을 짝사랑하는 구도는 특별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응답하라 1994>의 재미는 복고가 주는 재미도 특별하지만, 이 복고적인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도 달라지기에 이우정 작가와 참여 작가진은 많은 경우의 수를 두어 이를 공식화한 듯하다.

그 기본은 드라마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성나정의 남편 후보를 한자리에 몰아넣었다는 점이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경우의 수를 제거하는 방식은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천포와 조윤진의 이야기가 진전을 이루면서 후보가 하나 빠지는 방식. 빙그레가 성 정체성을 겪으며 쓰레기를 짝사랑하다가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인 ‘다이다이’ 윤진이가 나타나고, 자신도 그 마음을 확인하며 결혼에 이르게 되며 나정 남편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런 재미는 극이 전개되면서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친밀도를 갖게 했다. 룸메이트인 삼천포와 해태의 물고 물리는 인연의 재미. 티격태격 닮은 듯 안 닮은, 그러다가 또 닮은 행보를 보이는 운명은 더 큰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16회에서 17회를 잇는 삼천포와 조윤진의 러브라인은 제대로 된 갈등 상황에 놓였고, 그 과정이 풀리며 더욱 공고히 맺어지는 관계가 된다. 해태의 군대 면회를 가면서 정동진을 가고 싶은 삼천포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밀당녀 조윤진. 선배와 집에 소개하려 해도 빼기만 하는 그녀로 인해 삼천포는 마음에 스크래치만 남는다.

하지만 그것이 해결되는 시점이 시청자에게는 웃음과 짠함으로 다가왔다. 해태 제대 100일을 남긴 시점에 삼천포에게 영장이 나왔기 때문. 그렇잖아도 싱숭생숭하던 삼천포는 영장이 나올 줄 몰랐다가 마침 해태를 놀리는 장면에서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로 알게 돼 이 둘이 엄청난 운명의 끈으로 엮인 관계란 것을 증명해 낸다.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배치한 것은 <응답하라 1994>의 최고의 장점으로 16회 17회에서 세 팀의 러브라인을 건들며 큰 재미를 줬다. 1994년에서 1997년 그리고 현재까지의 시간을 오가는 장면 전환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자연스럽다.

심지어 <응답하라 1994>에서 <응답하라 1997>의 인물을 소환해서 인물들 간 랑데부를 시킨 점은 새로운 재미로 다가왔다. 카메오 출연이지만, 그 만남이 예능에 나올 법한 장면들이어서 더욱 큰 재미를 안겨준다.

16회에 등장한 <응답하라 1997>의 주요 출연진 성시원, 윤윤제, 모유정, 강준희, 방성재는 쓰레기와의 버스안 결투 씬으로 최고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도다리와 뽈라구(볼락)와의 대결. 17회에선 쓰레기가 성나정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고르는 장면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배꼽을 빼놓는 장면이 됐다.

또한 위아래층에 위치한 설정으로 <응답하라 1994>의 성동일과 <응답하라 1997>의 성동일이 만나는 장면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장면으로 큰 재미를 줬다. 또 두 시리즈에서 걸쳐 나온 성동일이 크로스 되는 장면은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시간과 시간을 물려 출연 인물을 만나게 하고, 같은 배우가 만나는 씬에서도 정면충돌하게 하는 장면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 큰 재밋거리였다. <응답하라 1994>의 최고 재미는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이야기 구조 때문에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 빠져드는 것에 이질감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따른 순차 전개가 아닌, 무규칙으로 시간을 배열한 것은 이 드라마를 빠져들어 볼 수밖에 없게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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