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제작진이 얼마나 재기발랄한지는 16회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전작 <응답하라 1997> 주요인물들과 1994의 쓰레기가 하나로 엮이는 모습은 충분한 이해도 속에서 나온 재치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결합이었습니다. 소품과 상황을 절묘하게 결합해 두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내는 제작진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정 남편 찾기 빠진 이야기의 즐거움;
다이다이와 준희, 과연 빙그레의 짝은 누가 될 것인가?

21회로 마무리되는 <응답하라 1994>는 16회에서 빙그레의 성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푸는 첫발을 떼었습니다. 빙그레가 그동안의 방황을 마무리하고 의대에 복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윤진이의 등장으로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6회는 응칠을 봤던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상황극이었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저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친 새로운 재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또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빙그레의 이야기가 전해졌다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여기에 군대 간 해태를 지속적으로 등장시키면서 성균과 윤진이의 데이트까지 잡아내는 제작진의 노력과 성의는 <응답하라 1994>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해태 면회를 간 성균과 윤진이는 군기가 바짝 든 해태의 모습이 재미있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이 윤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긴장되는 성균이는 윤진이와의 여행을 꿈꾸기에 바쁩니다. 정동진에 함께 놀러가자는 성균이와 달리, 외박을 하지 않겠다는 윤진이의 다툼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해태를 챙기는 우정과 함께 데이트도 함께하는 성균과 윤진이는 모습은 그 시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쓰레기와 나정이의 데이트는 과격함과 다정함이 가득했습니다. 방안에서 장난을 치다 폭력으로 번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심해하다, 바로 다정하게 변한 둘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아버지 동일의 모습은 재미있었습니다. 분노한 동일의 모습에 기겁한 쓰레기와 나정이의 모습 역시 너무 리얼해서 즐거웠습니다.

소란스러움을 사람 사는 집 같다고 표현하는 엄마 일화는 정말 대범한 존재였습니다. TV 속에서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의 1위를 통해 1996년을 모두 정리하며 그들은 1997년을 맞이했습니다. 나정이의 댄스와 함께 1996년을 보내고 1997년을 맞이한 이들에게 TV 속에서 열광하는 시원이의 모습은 응칠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H.O.T에 열광하는 시원이를 보면서 씹다만 수제비 같이 생겼다고 비난하는 동일의 모습은 응칠을 봤던 이들에게는 웃기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칠에서 자신의 딸이었던 시원이를 향해 날리는 독설은 본 이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였으니 말입니다. 머리를 밀고 다리를 부러트린다는 발언 속에 응칠이의 상황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쓰레기가 부산으로 1년 동안 파견 근무를 가게 돼 나정이와 헤어져 있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태의 부재와 칠봉이가 일본으로 떠난 후 그들의 1년은 행복했지만, 그 1년간의 이별은 그들에게 더욱 끈끈함을 전해주거나 혹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윤진이의 어설픈 충고는 항상 틀렸다는 점에서 위기가 그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쓰레기의 부산행은 응칠이 멤버들과의 결합 때문에 반가웠습니다. 쓰레기가 부산 파견 근무를 가서 만나게 된 고등학생들인 응칠 4인방은 단순한 카메오가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과 가능성들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지 못한 준희가 응칠 마지막에서 낯선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과, 빙그레가 기다리는 장면의 결합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준희와 빙그레가 커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응칠 마지막 회까지 준희가 누구를 만나는지 결론을 모호하게 만든 상황에서 빙그레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낚시일 가능성이 높지만 응칠과 응사를 묶어내는 이 정교하면서도 교묘함은 응사를 보는 재미를 더욱 크게 해주었습니다.

2년 만에 의대에 복학한 빙그레의 이야기는 그가 쓰레기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풀어주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겨워하던 그에게 쓰레기는 구세주와 다름없었습니다. 선후배를 따지는 문화 속에서 소외되어야 했던 빙그레를 챙겨준 쓰레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복학해도 그 지독한 술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빙그레는 흑장미를 만나게 됩니다. 엄청난 술을 거침없이 마셔버리는 흑장미로 인해 행복해진 빙그레는 하지만 마냥 행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가 바로 전설적인 다이다이였기 때문입니다. 빙그레는 갑자기 찾아온 다이다이 진이의 뽀뽀로 인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일찍 자리를 뜨는 진이를 따라나서 배웅해주는 빙그레와 그런 빙그레를 마음에 품게 된 진이의 로맨스가 과연 발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감정으로 끝나게 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빙그레가 가다리던 차 속의 주인공이 진이일 수도 있고, 준희일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빙그레의 성 정체성은 그 차가 모두 설명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진이가 술 마시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김민종의 노래는 <신사의 품격>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H.O.T의 노래로 다툼이 시작되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쓰레기와 시원이의 모습은 응칠과 응사의 결합이자 재미의 시작이었습니다. 나정이의 윗집이 아마도 시원이와 윤제의 집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이야기들로 응칠과 응사의 경계를 허물어줄지 기대됩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응칠과 응사의 관계를 이어주고, 실제 인물들과 함께하며 응칠과 응사를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제작진의 노력으로 인해 <응답하라 1994>는 더욱 풍성한 재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나정이 남편 찾기가 아니라 자신들이 그리고 싶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완결편다운 정성은 팬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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