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경인TV(사장 주철환)와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가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잠정 타결하고도, 사측이 합의안 시행날짜를 하루 앞두고 뒤늦게 수정안을 들고 나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의 수정안은 임금제도의 골간을 바꾸고 공정보도 관련 핵심 조항을 대부분 삭제한 것인 데다 노·사 잠정 합의안이 협상 타결로 받아들여지는 임단협 관행까지 거스른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일방 파기'를 사실상 최대 주주가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지난해 방송위원회의 OBS 방송 허가 추천 조건이었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철환 사장은 최대주주로부터 잠정협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임시사옥 ⓒOBS

OBS 노사는 지난 2월부터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운영규정 △국장임면동의제 △민주적 편성규약 △실질임금 회복 등을 논의해 지난 6월 5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합의안 이행 시한인 7월 25일을 하루 앞둔 24일, 사측은 갑자기 103개 조항으로 구성된 단체협상 합의안에서 공방위·편성위 등 공정보도의 핵심 조항을 빼고 52개 조항으로 구성된 단협안을 들고 나왔다.

임금 체계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었으며 조합원의 고용 보장을 규정한 '회사 분할·합병시 노조측에 통보해서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상의한다'는 조항 역시 삭제됐다.

사측, 갑자기 '공정방송' 조항 등 핵심 부분 뺀 단협안 들고 나와

이처럼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단협안이 갑자기 '대폭 축소'된 배경에는 최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발표해 "대체 무엇이, 대표이사인 주철환 사장이 결단과 의지를 가지고 조합과 맺은 잠정협약에 최종 날인을 하지 못하게 만드느냐"며 "방송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반듯하고 튼실한 방송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의 이같은 반응은 사측의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최대 주주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유형서 사무처장은 "다음 주부터 주주를 상대로 본격 투쟁을 벌일 예정이며, 경기지방노동청에 중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철환 사장, 한때 피로감 호소하며 사의 표명…"나도 지쳤다"

OBS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주철환 대표이사 사장은 합의안을 일방 파기한 최대주주와 이에 반발하는 노조 사이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한때 사의까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공모 추천제로 부임한 주 사장은 이번 사태 외에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내부 구조 탓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조 한 관계자는 "주 사장이 지난달 24일 노조 측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나도 지쳤다. 그만두고 싶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며 "이 일 뿐만 아니라, 주 사장은 사장 공모 추천제로 부임해놓고도 예산 집행이나 임원 임명 등에서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꼭두각시처럼 있어야 했던 주 사장이 이번 임단협 합의안마저 관철시키지 못한 것으로 인해 그동안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다"며 "문제의 핵심은 지난 5달 동안 노사가 줄다리기해서 힘들게 만들어낸 중간 타협점을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린 대주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철환 사장은 '사의 표명'에 대한 <미디어스>의 확인 요청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아직 타결 가능성 있으므로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 희망론도 제기

한편 내부에선 임단협안의 타결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OBS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황당하긴 하지만, 단기간에 파업할 상황은 아니고 아직 투쟁까지 걱정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장이 다시 교섭을 해야한다는 의지가 있으므로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8월에 임시이사회가 열리므로 그전까지는 타결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섣불리 투쟁을 하기 보다는 일단 기다려보는 게 순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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