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구본홍 대표이사 사장 제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무산되고 찬반투표를 제안했던 노조 집행부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구 사장 반대 투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경석)는 지난 30일 오후 7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구 사장 제안에 대한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논의했으나 대의원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대의원 중 18명이 반대, 17명이 찬성(이 밖에 기권 3명)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지만 지부장과 대의원 간의 견해 차이가 커 회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석 지부장 "더 이상 노조 이끌어 갈 수 없음을 통감…사퇴하겠다"

▲ 박경석 지부장(맨 왼쪽)과 구본홍 YTN 대표이사 사장(맨 오른쪽). ⓒ송선영
이에 박경석 지부장은 30일 밤 12시 사내게시판을 통해 "저와 김인규 사무국장이 오늘부로 사퇴하고자 한다"며 "대의원대회에서 건의했던 안이 부결됨에 따라 더 이상 노조를 이끌어 갈 수 없음을 통감한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의원대회에서 찬반투표 안이 부결되고 지부장과 사무국장의 사퇴 표명이 이어진 데에는 YTN지부 집행부와 대의원·조합원 사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던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찬반투표 안건 제시, 조합원들 불만 많아"

YTN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찬반투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안건을 제안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도중 지부장이 갑작스럽게 주말에 구 사장을 만난 점과 이에 대한 찬반투표를 제안할 때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박 지부장이 찬반투표를 제안하는 이유로 "내부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라는 점을 꼽았지만 이 역시도 구성원들을 충분한 이해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 구본홍 YTN 대표이사 사장. ⓒ송선영
"찬반투표에 대한 구성원들의 충분한 이해 이끌지 못해"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출근 저지 투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구 씨 제안에 대한 내부 이견을 좁힐 틈도 없이 찬반투표를 진행하려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구 사장 제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면서 '집행부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것에 대해서도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이번 대의원대회 부결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이미 표결 전부터 안건 자체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조합원들이 구 씨의 제안과 지도부 사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구 씨 제안에 대한 반대가 필연적으로 지도부 사퇴로 이어지는 상황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 YTN 조합원들. ⓒ송선영
구 사장 제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무산되면서 앞으로 '구 사장 반대'와 '출근 저지 투쟁'에 얼마나 힘이 실리게 될 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집행부 사퇴'에 따른 공백을 내부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찬반투표가 부결된 직후 YTN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7시부터 다시 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YTN지부는 31일 오후 7시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집행부 공백에 따른 향후 대책과 향후 구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의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본홍 "찬반투표, 부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구 사장은 31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제안이 사실상 거부된 것과 관련해, "찬반투표가 부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출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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