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대법관 김신)은 지난 2일 KT 이석채 전 회장이 KT 직원 류 아무개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재산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사건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주주총회에서 시작됐다. 류 씨는 직원들의 잇따른 죽음을 다룬 MBC <PD수첩> ‘사랑합니다 KT’ 편을 보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낙하산 인사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주주총회 전 날 류 씨는 동료 4명에 의해 사지가 들려 차량에 태워졌고 어딘가로 끌려갔다. 당시 류 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운전대를 틀어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4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친분이 없고 당시 상황들을 종합해 ‘주주총회를 방해하기 위한 KT 사측의 납치시도’라고 판단해 이를 <한겨레>에 제보했다.

이에 <한겨레>는 <KT, 주총 참석하려 한 ‘직원 납치’ 의혹>(▷바로가기) 기사를 통해 류 씨의 사연을 자세히 전달했다.

▲ 한겨레 'KT, 주총 참석하려 한 ‘직원 납치’ 의혹' 기사
그러자 KT는 “류 씨의 주주총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직원을 동원해 납치를 시도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겨레>에 제공해 보도됨으로써 원고(KT 이석채 전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원고(KT 이석채 전 회장)가 피고(류 씨)의 주주총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원고의 직원을 통해 피고에 대한 납치를 시도했다는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2심 재판부와 대법원 역시 1심 판결을 인용해 KT의 항소와 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당사자인 류 씨는 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사필귀정”이라고 한 마디로 평가했다.

류 씨는 “KT의 낙하산 문제는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씨를 전무로 영입하면서 시작됐다”며 “주주총회에서 ‘통신의 통자도 모르는 사람이 전무로 영입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KT에서 30년을 일해도 상무로 진급이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무로 영입하는 것은 내부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례처럼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막는 등) 이석채 회장이 내부 이야기를 잘 안 들었다”고 비판했다.

류 씨는 “결국 어떻게 됐냐. 내부 비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그 사람들이 KT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나가게 됐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씨는 “특히,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에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왔다”면서 “세계7대 자연경관 관련 이해관 KT 새노조위원장과 CP프로그램 기획을 폭로한 박찬성 전 팀장에게도 ‘보복성’ 손해 청구를 신청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런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결은?

KT 측은 류 씨가 해당 사건으로 인해 회사 간부 6명을 영리약취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것을 근거로 이번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무혐의’ 처분만으로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나머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도 류 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정했다.

‘KT가 류 씨의 주주총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혁신교육프로그램 참석을 이유로 피고(류 씨)의 연차휴가승인을 취소했다’는 류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로 판시했다.

▲ 1심 판결문 중 캡처
재판부는 △류 씨가 ‘주주총회참석(개인재산권행사)’을 사유로 연가 신청(2011년 2월 10일)하고 승인(2월 11일), △원고(KT 이석채 회장)의 금천지사 팀장이 류 씨에게 혁신캠프교육을 이유로 연차휴가 취소 종용, △류 씨는 교육인원교체를 요구하며 거부, △(그럼에도)금천지사는 류 씨의 캠프 참석을 이유로 휴가승인을 취소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류 씨가 오랜 기간 원고의 주주총회 등에 참석해 회사 측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한 적이 많았다는 점을 비춰보면, ‘주주총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혁신교육프로그램 참석을 이유로 피고의 연차휴가 승인을 취소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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