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9일 MBC < PD수첩> 방송이 왜곡됐다면서 발표한 'PD수첩사건/해명자료 요구' 문서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글이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서에서 < PD수첩>의 아레사 빈슨 MRI 결과의 자막 처리 부분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예 중 하나로 진 교수가 지난 17일 진보신당 사이트 당원게시판에 올린 '찔레꽃님께' 라는 제목의 글을 제시했다.

검찰은 특히 "< PD수첩>에 우호적인 인물인 진중권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도 'MRI 사진과 관련하여 의사의 발언을 vCJD로 옮긴 부분이 자꾸 걸립니다. 그 부분은 PD수첩측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돼 있다"는 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 뒤 전문을 문서에 포함시켰다.

▲ 지난 29일 검찰이 발표한 'PD수첩사건/해명자료 요구' 문서.
진 교수는 이 글에서 "< PD수첩> 덕분에 추가 협상도 이뤄지고, 미국에서도 다우너의 도축이 금지되는 성과가 있긴 했지만, 이는 결과론적 논리일 뿐 그것으로 보도의 객관성, 공정성에 관한 논란을 덮어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 교수는 "다만 보도 원칙의 문제를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과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에서 심사해 중징계를 내리는 것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해 보인다"며 "언론자유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용납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검찰, 그것도 떡밥이라고 달려들어 덥석 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자료 요구 문서에 본인의 글이 포함되자 진 교수는 지난 29일 진보신당 사이트에 '나를 실망시킨 검찰'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게시판에서 사적으로 나눈 대화 글까지 떼다가 수사결과에 실어 놨다"며 검찰의 행위를 비판했다.

그는 "그래도 검찰 수사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검찰이 한 일이 고작 검찰에 기대하는 진중권의 말에 기대는 것이라니 이런 개그가 또 있을까"라면서 "그것도 떡밥이라고 검찰이 달려들어 덥석 물 줄은 몰랐다. 그 말 듣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인식에는 방송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먹어야 하는 한국의 소비자 입장에서 꼭 짚어봐야 할 가능한 위험성에 관한 방송으로 이런 방송에 대고 '왜 광우병의 위험만 일방적으로 강조했느냐'고 타박하는 것은 '토끼 보고 넌 왜 고기 안 먹고 풀만 먹냐'고 따지는 맹구 같은 논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 진중권 교수가 지난 29일 진보신당 사이트에 올린 글.
그는 또 " '취재 원본을 공개하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며 "취재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언론자유의 문제'다. 인터뷰가 언제라도 검찰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면 누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 하려 들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제까지 선례도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해놓고 상대방이 안 받아들이면 '뭔가 캥기는 게 있어 그러는 게 아니냐'고 받아치겠다는 얘기"냐며 "자신들이 지난 한 달 간 했던 검찰의 수사 자료의 원본도 공개 하고 수사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했는지 검증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석균 정책실장 "전문가가 아닌 진 씨 의견을 자료에 넣는 검찰, 궁색해"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검찰 < PD수첩>수사 결과 발표 반박'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진중권씨의 예를 든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진 씨는 검찰의 수사에 반대하지만 < PD수첩>이 모두 잘한 것은 아니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검찰의 행동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진 씨가 진보신당 게시판에 글을 올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우 실장은 또 "진 씨는 CJD와 vCJD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전문가가 아닌 진 씨의 의견을 자료에 넣을 정도로 검찰의 행동은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30일 저녁 진 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진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 안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보신당 게시판을 참고하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