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북미 박스 오피스 소식에서 깜박한 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10주년을 맞이한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북미에서 개봉했습니다. 물론 흥행성적은 좋지 않아서 10위 내에 없었기에 북미 박스 오피스 소식에서 빠졌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개봉한 <올드보이 리메이크>의 흥행성적입니다. 극장이 많지는 않으나 6일 동안 채 140만 불도 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이 정도면 죽었다 깨어나도 <올드보이 리메이크>는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 십 단위는 100점 만점, 일 단위는 10점 만점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다시피 <올드보이 리메이크>는 흥행만이 아니라 평가에서도 전문가와 관객으로부터 두루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비교 삼아 보려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대한 평가도 찾아봤는데 역시 격차가 크네요. 할리우드의 리메이크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스파이크 리에 대한 일말의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조쉬 브롤린, 샬토 코플리, 엘리자베스 올슨의 출연도 무색하네요. 참고로 대부분 부정적인 전문가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습니다.

당최 할리우드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째서 박찬욱의 컬트 클래식 영화로 꼽히는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 James Berardinelli (ReelViews) -

생생하지만 아직 아마추어스러운(Academic) 리메이크. 스파이크 리의 <올드보이>는 부족하고 얄팍하며 모자라다.
- Richard Corliss (TIME Magazine) -

<올드보이 리메이크>를 보는 관객들은 아마도 대부분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우며 메스꺼운 기분을 느끼면서 극장을 떠나게 될 것이다.
- Dana Stevens (Slate) -

정말 실망스러운 건 이 영화가 얼마나 기계적인가 하는 것이다.
- Kirk Honeycutt (honeycuttshollywood) -

종합적으로 봤을 때 스타일과 비주얼로 가득한 존경 어린 오마주다.
- Bruce Ingram (Chicago Sun-Times) -

스파이크 리의 <올드보이>는 매우 독자적인 영화다. 단지 조금 부족할 뿐이다.
- Ty Burr (Boston Globe) -

(아래는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었던 표현의 평입니다.)

맥도날드가 미국 버전으로 김치를 요리하고 거기에 케첩과 양배추를 곁들여 내놓는 것과 같다. 오리지널의 팬들은 절대 기뻐하지 않겠지만 만약 이 요리를 별개의 것으로 인식한다면 좋아할 수도 있다. 아마도 당신이 굶어 죽을 지경으로 배가 고프거나 멍청하다면 말이다.
- Vincent Mancini (FilmDrunk) -

스파이크 리는 올바르게 이야기를 풀어냈거나 또는 'MPAA'가 허용하는 수준에 잘 맞췄다. 그러나 매번 미국 버전의 리메이크를 보면서 그랬던 것과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대체 왜 (리메이크한 거지)?"
- Marc Savlov (Austin Chronicle) -
(MPAA: 미국영화협회로 등급을 결정하는 기관입니다)

<셔터 아일랜드> 이후로 만나는 할리우드의 거칠고 환각적인 리메이크다. 스파이크 리의 <올드보이>는 박찬욱의 리메이크이자 개선품이다.
- Richard Brody (New Yorker) -

만약 당신이 오리지널을 보지 못했다면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오리지널을 봤다면 스파이크 리가 이 영화를 망치는 것에 황당할 것이다.
- William Bibbiani (CraveOnline) -

기술적인 관점에서 존중을 받을 만한 영화다. 그러나 불필요하고 수준 낮은 리메이크다. 스파이크 리의 <올드보이>를 보는 건 낙지를 삼키는 것보다 더 힘들다.
- Frank Swietek (One Guy's Opinion) -

극도의 상태에서 색깔이 없고 영혼도 없으며 누구의 인장도 찾을 수 없다. <올드보이 리메이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 Stephanie Zacharek (Village Voice) -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관객들을 위해 도안된 매우 혼란스러운 영화다.
- Matt Singer (The Dissolve)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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