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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저버리지 않은 ‘꽃보다 누나’, 윤여정부터 이승기까지 다 사랑스러워~♬[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3.11.30 12:31

여행을 떠나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 여행에 가지고 갈 것들 빠뜨리지 않기? 여행지의 정보? 편안한 숙박 시설, 볼만한 풍경,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원활한 교통수단?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혹은 여행 과정에서 순탄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들이지만, 그 모든 것들에 우선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들은 바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아닐까?

즉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내 맘에 드는지 아닌지 말이다. 제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 여행이라도 여행지에서는 별 일이 다 생긴다. 인생을 길고 긴 여행에 빗대듯 짧건 길건 여행이라는 행로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 아무리 산해진미가 차려지고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여행이라도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꽃보다 누나>의 제작진은 바로 이 여행의 관건을 제대로 아는 듯하다. 아니 <꽃보다 할배>의 여행 과정을 통해 여행의 결정적 요소가 무엇이라는 걸 확실히 절감한 듯하다. <꽃보다~> 시리즈는 배우들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마음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러기에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 시리즈 첫 회를 보니 누구를 데리고 어디를 여행해도 재미있는 여행기를 만들어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꽃보다 할배>가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은 건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할배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이라는 컨셉트 때문이었다. 다리가 아픈 걸 꾹꾹 참으며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를, 젊어서는 일하느라 차마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을 풍광에 감탄하는 할배들의 모습은,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이 감동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투덜거리면서도 할배들이 부르면 그 어떤 토를 달지 않고 '네'하며 달려가는 말 그대로 국민 짐꾼 이서진의 매력 또한 할배들 여행의 조력자로서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할배들의 여행은 '할배들'이란 말 그대로 특수한 사정을 지녔기에 일단 접어주고 들어가는 것이 있었다. 그에 이어 '할매'도 아니고 '누나들'의 여행을, 그것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조합의 여행을 한다고 할 때 과연 저 여행도 할배들만큼 성공할까란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무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두 달 전부터 반복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는, 케이블 방송의 불리함을 홍보로 이겨내겠다는 시도를 넘어 빈수레가 요란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정도였다.

그렇게 아직도 이 프로그램이 시작조차 하지 않았어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몇 번의 티저와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기사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11월 29일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사람들은 <꽃보다 할배>에서 보았던 그 감동을 다시 누리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고, 어디 그만큼 재미있을까라며 가재미눈을 뜨고 바라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이 무색하게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만큼 재미가 있을 듯하다. <꽃보다 할배>가 그러했듯 <꽃보다 누나> 역시 방송 첫 회만에 함께 여행을 떠날 멤버들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시켰으며, 심지어 그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롱이 다롱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생긴 것이 다른 만큼 성격도 다 다르다. 그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면 부딪칠 일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꽃보다 > 제작진이 어느 누구를 데려다 놔도 푸근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바로 그들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간미 넘치는 관점 때문이다.

투덜거렸지만 능수능란했던 짐꾼 이서진과 달리, 제작진이 '짐'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내린 이승기는 여행 가이드로서는 서투른 게 첫 방송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고등학생 시절 연예계에 들어와서 말 그대로 늘 남들이 준비해놓은 것을 착실하게 수행하며 이 자리에 온 사람이었지만, 이국의 공항에서 맞닥뜨린 상황은 스타로 살아온 그의 이력을 넘어선 것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걸 여행의 불편함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짐꾼'이 아니라 '짐'이라는 애교 섞인 정의를 내리더니, 곧 이 여행이 이십대 후반의 젊은이 이승기의 홀로서기의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꽃보다 누나>의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그저 못하는 애를 짜증내며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저 애가 얼마나 성장할까라는 물음표를 던져주며 시청자들이 그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만드는 것이다.

   
 
누나들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보다 깐깐할 것 같은 여정쌤이 승기가 나타나지 않자 스스로 길을 물어 나선다. 30분을 넘게 걸어야 한다는 승기의 난감한 안내에, 그녀는 '난 누나가 아니라 할머니야'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드라마 속에서 펄펄 뛰던 할머니는 없다.

알듯 모를듯 우아한 미소를 띠며 여행을 함께하던 김희애는 호텔로 가는 교통편을 결정하는 과정만으로 그녀의 모든 매력을 어필했다. 이미연과 윤여정이 승기가 오지 않는다고 걱정이 늘어질 때도 가만히 있던 그녀는 시간이 지체되자 조용히 인포메이션을 찾아 정보를 알아내더니 다시 가만히 있는다.

결국 나타났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쩔쩔매는 승기를 은근히 인포메이션으로 안내하고, 다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승기를 도와주는 식으로 대놓지 않고 도움을 줄  뿐이다. 지쳐가는 급한 상황 속에서도 가이드 승기의 낯을 세워주는, 처음 여행을 하니 당연히 서툴 거라고 두둔해 주는 김희애의 모습은 그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반면 김희애와 다르게 이승기처럼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미연은 괄괄하다. 늦는 이승기를 제일 못 기다리는 것도 이미연이요,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것도 이미연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이미연의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연의 강한 성격을 상쇄시킨다. 그녀가 이승기만큼이나 허당이라는 것과, 괄괄한 성격만큼이나 씩씩하게 앞장서 짐도 들고, 나이든 언니들도 챙기려 애쓴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그저 이승기를 못 미더워하지 않고 그의 옆에서 힘이 돼줄 거라는 예고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연에게 혹시라고 가질 수 있는 미움을 충분히 불식시킨다.

압권은 김자옥이다. 재발된 암으로 인한 투병 생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건강은 둘째 치고, 다른 멤버들이 난리법석을 부리는데도 고요히 앉아서 글을 쓰는 그녀의 캐릭터는 독보적이다. '공주'라는 별명이 그저 얻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그게 또 미워 보이지 않는다. 모두다 법석을 떨어봐야 사실 어수선하기만 한 상황에서 누구 한 사람, 잘 되겠지 하는 그런 사람 한 사람 정도는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모습들은 보기에 따라 전혀 달리 보일 수도 있다. 짐꾼일 줄 알았는데 짐이 되느냐고 한심해 할 수도, 뭘 이승기를 기다려 빨리빨리 결정해 버리지, 어린 동생 시켜놓고 참을성이 없다던가, 혼자 한가하게 뭐하고 있어 라며 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싫어질 수 있는 면면이다. 백 사람이 백 가지 미운 짓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허허'거리는 나영석 피디와, 슬몃슬몃 비칠 때마다 언제나 웃는 낯인 이우정 작가의 모습처럼, <꽃보다 누나> 첫 회의 모든 좌충우돌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하며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달까.

되돌아보니 <1박2일>의 까나리 볼불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냄새조차 역해서 마실 수 없는 그것을 전 국민이 해보고 싶은 게임으로 만든, '까나리'를 먹는 게 결코 '패배'라거나 '나쁜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던 제작진의 기막힌 노하우였단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 고단한 세상에서 이 제작진과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해볼 만한 것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꽃보다 누나>의 크로아티아 여행도 새삼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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