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경석)가 공정보도 제도적 장치와 중간평가 등을 뼈대로 한 구본홍 대표이사 사장 제안에 대해 오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박경석 지부장은 28일 오후 6시 사내 메일을 통해 지난 주말 동안 구 사장을 두 차례 만난 사실을 밝히고 구 사장의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구 사장의 제안은 공정보도 의지와 제도적 장치 마련, 본인에 대한 중간평가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사장은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한다 △보도는 보도국장을 중심으로 보도국의 자율적 책임에 맡긴다 △공정보도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조 안에 공정방송 관련 상근자를 둔다 △공정보도를 담보해 낼 수 있도록 보도국장 선출제와 공방위 구성 운영방식에 대해 노사 협의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사장 취임 후 1년 반 무렵, 공정보도 훼손여부와 경영 전반에 대해 사원들의 중간평가를 실시한다 등이다.

YTN 노조 "어떤 결과든 한 방향으로 힘 모으는 것 중요"

▲ YTN 지부 박경석 노조위원장. ⓒ송선영

박 지부장은 사내 메일에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상 협상을 벌인 셈이 됐다"며 "투쟁을 이끌어야 했던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합의문을 들고 와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공정방송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에 두 달여 동안 힘차게 싸워왔던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선임되고 실질적 사장 역할을 시작하면서부터 노조위원장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구본홍 씨를 몰아낼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부 환경 속에서 자칫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못하게 될 경우 공정방송은 물론 공정방송을 실현해내야 할 일터마저 존립이 위태롭게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 사장을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구본홍이든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한 투쟁이든 무한정 길어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것이 충심으로 회사와 조합원을 위하는 길이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박 지부장은 이번 구 사장 제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가 많이 나올 경우, "구본홍 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의가 확인된 것이므로 모든 조합원들이 다시 힘을 모아 구 씨를 몰아내기 위한 총력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구본홍 YTN 대표이사 사장 ⓒ송선영
반면, 찬성이 많이 나올 경우에는 "구본홍 씨의 제안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고 앞으로 구 씨의 제안을 감시하고 견제해 나가면서 실질적 공정방송의 틀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아울러 이번 투표를 통해 지부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신임 여부도 함께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홍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하겠다"

박 지부장은 2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도 "(노조 내부에서)구본홍씨에 대한 투쟁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는 주장과 끝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반반이었다"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지적과 조합원들의 총의를 다시 확인하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지부장은 이어 "만약 투표 결과, 구 씨의 제안에 대해 조합원들이 거부하면 다시 힘을 모아 투쟁을 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정확한 총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찬반 투표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YTN노조는 오는 30일과 31일 찬반 투표에 앞서 29일 오후 7시 전체 사원 총회 형식으로 구 사장 제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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