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예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요. 11월 4주차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는 역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몫이었습니다. 개봉 첫 주말에 약 1억 6천만 불을 벌어들였으니 실로 무시무시하네요. 지금이 비수기라는 걸 감안하면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흥행은 그야말로 '누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수준입니다. 심지어 2위인 <토르: 다크 월드>를 아주 사뿐하게 즈려 밟았습니다. 이번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두 영화의 금액차가 무려 1억 5천만 불에 가까울 지경입니다.

이처럼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위세가 대단할 것임은 이미 개봉일부터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지난 금요일에만 약 7천만 불의 수입을 넘겼습니다. 이건 <토르: 다크 월드>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말 사흘 동안 벌어들인 금액에서도 10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11월 4주차 북미 박스 오피스를 거의 독식한 셈입니다. 개봉일 하루에 올린 수입의 금액으로는 전편이 기록했던 약 6,730만 불보다 더 많으며, 이것으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역대 7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첫 주말의 기록에서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전편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11월 개봉작으로는 단연 1위고, 전체로 확대하면 <어벤져스, 아이언맨 3,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에 이은 4위입니다. 이게 정말 대단한 건 다른 영화들과 달리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2D로 상영했다는 것입니다. 수입으로 따지는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이 차이는 꽤 큰데도 불구하고 4위까지 올랐으니 놀랍습니다. 전편에 이어 극장가의 비수기에 개봉하여 이만한 성적을 올렸으니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목요일 저녁에 개봉했을 때도 단숨에 2,500만 불 이상을 벌었으니 이만한 금액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겠네요. 제작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큰 걸림돌은 되지 않겠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흥행을 기록하는 건 여전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북미에서와 흥행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60만 명을 넘기는 것에서 그쳤습니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이번에 약 4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으니 전편의 기록은 넘을 것 같습니다만, 역시 국내 관객의 취향과 정서에 비추면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작 자체가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던 북미와는 환경 자체가 다른 것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평점입니다. 국내와 북미에서 두루 평점은 괜찮네요. 국내의 평점은 신뢰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지만...
지난주까지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던 <토르: 다크 월드>는 한 계단 하락했습니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불길이 워낙 센 바람에 전혀 적수가 되지 못한 채 2위로 밀렸네요. <토르: 다크 월드>는 약 1,420만 불을 더해서 지금까지 총 1억 6,783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위는 역시 한 계단을 하락한 <베스트 맨 홀리데이>입니다. 제작비가 1,700만 불로 저렴(?)해서 개봉 첫 주말에 이미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던 영화라서 아쉬울 건 없겠습니다. 4위는 뒤에서 소개할 테니 잠시 건너뛰고, 5위는 칠면조의 시간여행을 다룬 애니메이션 <프리 버즈>입니다.

자, 위에서 생략한 4위는 신규 개봉작인 빈스 본의 코미디 영화 <딜리버리 맨>입니다. 이 영화는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서 줄거리를 봤더니 아주 골을 묠니르로 때리네요. 빈스 본이 연기한 데이빗은 상냥한 성격을 가졌으나 이렇다 할 직업 대신에 배달부로 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남자입니다. 그에게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보(?)가 날아듭니다. 20년 전에 인공수정 병원에 정자를 기증했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봤더니 데이빗이 본의 아니게 자그마치 533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됐다는 것입니다. 즉 533명이 데이빗의 정자로 잉태되어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설상가상 이 아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군지 찾겠다고 나서서 법원에까지 가야 할 판국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딜리버리 맨>의 줄거리가 꽤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예고편을 보면 데이빗이 처음에는 기겁을 하다가 나중에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진 않는 대신에 그들을 지켜주고 돌봐주려고 합니다. 예고편에 보이는 대로라면 <딜리버리 맨>은 유쾌하고도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은 기대를 갖게 합니다. 그런데...

<딜리버리 맨>의 예고편입니다. 처음부터 아주 빵빵 터지니까 꼭 한번 보세요.

<프리 버즈>에 이어서 6위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라스트 베가스>입니다. 의외로 평점이 좋진 않은 편이라서 금세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제작비의 두 배를 벌어들였네요. 7위는 언제나 말썽을 몰고 다니는 잭애스 집단의 <나쁜 할배>, 8위는 기어코 2억 5천만 불에 도달한 <그래비티>, 9위는 시상식 시즌을 노리고 있는 <노예 12년>, 마지막은 고작 666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북미 박스 오피스 10위에까지 오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입니다.

귀찮아서 생략하려고 했지만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있어서 소개해야겠네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조용하게 극소수의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차차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이는 곧 영화의 가치가 인정을 받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겠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론 우드루프의 말년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는 전기공이자 로데오와 도박을 즐기며 인종차별을 일삼고 동성애를 혐오하던 남자입니다. 그런 론 우드루프는 방탕한 삶을 살던 중에 호모들이나 걸리는 줄 알았던 HIV(에이즈) 바이러스에 양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0일에 불과하다는 걸 믿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내 받아들인 그는 치료를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나 치료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라서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방방곡곡에 수소문을 하다가 다행히 멕시코에 있는 미국인 의사를 만납니다. 그로부터 조언과 도움을 받으면서 론 우드루프는 각종 약물을 뒤섞어서 주입하면 에이즈 치료 혹은 삶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제 그는 이 약을 다른 에이즈 환자에게도 공급하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난관에 봉착합니다. 그는 이와 같은 정부의 대처에 굴하지 않고 에이즈에 걸린 환자,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동성애 환자들도 돕는 데 여생을 바쳤습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예고편입니다. 보시다시피 매튜 매커너히가 몸무게를 굉장히 많이 감량하고 연기했습니다. 조심스레 그의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기대합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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