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28일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등에게 부당한 사퇴 압력을 행사한 내용을 지적하며 신재민 차관 사퇴 등 공무원들의 징계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공기업관련대책특위 질의에서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작성한 '외압 일지'(하단 표 참조)를 공개했다. 이 일지에 따르면 신재문 문화부 제2차관은 지난 3월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을 두차례 만나 "(1차관 소관인) 미디어 분야는 내가 관할하기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재단의 이사 자리를 모두(이사장과 이사 3명)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 28일 열린 국회 공기업관련대책특별위원회
최 의원은 이와 관련해 "미디어 분야는 제1차관 관할이고 제2차관은 홍보 분야 담당인데 문화부 업무 분장을 무시하고, 1차관과 2차관의 업무를 함부로 바꾼 것은 정부 업무 체계에 있을 수 없는 직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정부조직법상 업무 범위를 넘어서서 언론관련 업무를 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재민 차관은 "한 직장에서 일했고 20년간 알아온 선배라 직접 만났다"면서 "(박래부 이사장에게) 꼭 그만두라고 하진 않았다. 새 정부 방침에 따라달라는 내용으로 말했다"고 해명했으며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신 차관의 미디어 분야 관할 언급은) 개인적인 의견표명이라 봤다. 언론인 출신이라 잘 알아서 업무영역을 바꿔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또한 김기홍 문화부 미디어정책관, 이정우 문화부 미디어정책과장 등이 지속적으로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것을 지적하며 공무원을 동원한 인사압력 지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최 의원은 "언론계 출신 단체장들이 지금 자리보전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임기가 끝나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해야지 이런 식으로 연륜있는 선배들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기홍 문화부 미디어정책관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물러나는 분위기'라 스스로 판단해서 했다"고 답했고, 유인촌 장관은 "나중에 보고를 듣고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시정조치 시켰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문화부는 한국언론재단의 정부광고대행업무 등 기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개방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며 협박해 왔다"고 밝혔다. 또 문화부가 신문유통원 강기석 원장에게도 담당과장을 보내 사퇴압력을 가했다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7월 10일께 조지종 문화부 미디어정책과 사무관은 문화부를 방문한 신문유통원 직원에게 "우리 팀 차원에서 강 원장 18일까지 사표 받으라는 상부지시가 있어 이를 방어하느라 죽을 지경"이라고 전언했고 △7월 15일 이정우 문화부 미디어정책과장이 강기석 신문유통원장에게 전화로 면담을 요청한 뒤 신문유통원으로 찾아와 "문화부 산하 모든 기관장들에 대해 18일까지 재신임 절차를 받으라고 하는 지시를 전달하러 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문화부는 언론재단·신문발전위원회에 대해서도 기관장 용퇴에 대한 개인 소견을 물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언론재단 외압 일지>

작성자 : 한국언론재단 박래부 이사장

(1) 2008. 3. 7(금) 오후 6:30 광화문 교보빌딩 1층 식당 애브뉴

ㅇ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만나자고 전화해서 둘이 만남. 그의 취임 5일째 되던 날.

신재민 : 입장에 대해 알고 싶다.
박래부 : 언론과 언론재단은 그 특성상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문화부에서 언론재단과 신발위, 지발위, 신문유통원의 통폐합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민간재단(언론재단)과 법정기구인 세 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법적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모순되며 오류다. 그리고 신2차관은 홍보 분야 담당이고, 미디어 분야는 제1차관 관할이 아닌가.
신재민 : 그렇지만 미디어 분야는 내가 관할하기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사실은 업무 외적인 얘기를 하려 한다. 자리에 대한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일요일 오전까지 전화해 달라. 오후에는 얘기를 해줘야 한다.
박래부 : 지금까지 신 차관과 한 얘기 외에 더 할 말이 없다. 별도의 전화를 하지 않겠다. (7:15 끝남)

(2) 2008. 3. 10(월) 오후 7시, 애브뉴
ㅇ 3. 9(일) 집으로 만나자고 전화 옴

신재민 : 재단의 이사 자리를 모두(이사장과 이사 3명) 비워 달라. 태생적 문제와 상징성 때문에 그냥 둘 수가 없다.
박래부 :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의한 강제해직 때가 생각난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얘기를 언론에 공개하여 공론화할 수밖에 없다.
신재민 : 공개하면 나는 사실을 부인할 것이다.
박래부 : 나는 공개하고 신차관은 부인한다?
신재민 :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가서 이사들에게 전하라.
박래부 : 물론 전하고 상의할 문제다. 나는 나의 진퇴문제에 대해 자신뿐 아니라 여러 사람, 여러 기관과 단체에도 책임을 느낀다. 물론 정부가 바뀌었으니 지휘감독을 받는 문화부에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에는 또한 언론지원기관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 받아야 할 선이 있다고 본다.
신재민 : 이 일은 내가 오기 전에 정해진 일인 것 같다. 이 일은 언론계 거물들과는 관련이 없다.
박래부 : 거물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신재민 : 예를 들면 KBS 사장 같은 것이다.
박래부 : 자리가 하난데?
신재민 : 그 밑에 이사직들도 있다.
박래부 : 재단은 언론지원기관일 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기관이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라.

*신차관의 압력은 그가 만난 사실을 부인하겠다고 말한 것과, 언론계에서의 개인적 관계도 있어서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음.

(3) 2008. 5. 13. 오후 3시 최광범 언론재단기획실장 긴급보고

최광범 : 오전에 이정우 문화부 미디어 정책과 과장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1) 정부 광고 전면 개방하면 언론재단에는 어떤 영향이 오나.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 말고, 2) 다른 공공기관광고 개방하면 어떤 사업 줄여야 하나. 또 재단이 위임 받아 하고 있는 3) 프레스센터 12~20층 운영권 취소하면 어떤 사업 줄여야 하나. 이런 점들을 내일까지 A4 용지 두장으로 보고해 달라고 했다.
박래부 : 말하는 목적이 무엇 같은가?
최광범 : 그 부분을 물었더니 재단 압박용 같다고 했다. 재단 이사장 사퇴압박용이라는 것이다. 사원과 임원진을 이간시키자는 목적 같다. 그러나 이번 얘기는 중대하기 때문에 몇 간부 외에도 노조에도 알려야 한다.
박래부 : 보고서 낼 것도 없이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구두로 말해 줘도 된다. 그리고 재단 업무와 별개이고, 목적이 뻔한 보고서를 기한에 맞춰 만들어 줘야 하나? 문화부가 나와 이사들 쫒아내려고 46년 언론재단의 역사를 파괴한다는 것 아닌가?
최광범 : 4시에 김영욱 실장, 장금식 본부장 등과 이와 관련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ㅇ 오후 5시 이후 재보고
최광범 : 5시 넘어 김기홍 정책관이 전화했다. 내게 “직원대표로 이사장에게 용퇴를 건의해 달라” 고 했다. 앞의 이과장이 요구한 보고서는 필요 없다.
박래부 : 알았다.

(4) 2008. 5. 13. 9시 30분 임원회의 (이사 4명과 최실장)

박래부 : 사퇴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 “언론재단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할 언론지원기구다. 기관장에게 사퇴압력을 넣는 것은 부당하다. 때가 되면 거취문제를 명확히 밝히겠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처럼 부당하고 비신사적인 방식으로 사퇴압력을 계속 넣는다면 신차관의 압력, 어제의 정부광고개방 및 프레스센터 운영권 철회 등 비열한 압박을 언론에 공개하고 전면적으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실장은 이 입장을 김국장에게 정확히 전달하라.
최: 아니, 김국장이 이사장과 내일 점심을 같이 했으면 한다고 전해왔다. (만날 필요가 있나? 고 말했지만, “만나보기는 하라”는 견해도 있어서 만나기로 했다.)

(5) 2008. 5. 15. 12:00 종로1가 송전 식당
ㅇ 김기홍 실장과 둘이 만남

박래부 : 얘기는 잘 들었다. 신차관과 김국장의 업무영역이 다른 것 아닌가?
김기홍 : 나는 제1차관회의에는 공식적으로 들어가고, 제2차관회의에는 비공식적으로 들어간다. 들은 대로 보고하겠다. (전하겠다는 내용 중에 “언론재단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할 언론지원 기구다. 기관장에게 사퇴압력을 넣는 것은 부당하다. 때가 되면 거취문제를 명확히 밝히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부분은 전하겠다고 말하고 “지금 처럼 부당하고 비신사적인 방식으로 사퇴압력을 계속 넣는다면 신차관의 압력, 어제의 정부광고개방 및 프레스 센터 운영권 철회 등 비열한 압박을 언론에 공개하고 전면적으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

ㅇ 같은 날 저녁 6시 최광범 실장의 보고
최광범 : 김국장이 전화해서 “최실장이 알아서 예민한 문제를 잘 조정하고 처리하라” 고 했다.

(6) 2008. 7. 17. 오후 3시 이후
ㅇ 이정우 문화부 미디어 정책과장이 사전 연락 없이 방문.

이정우 : 새 정부 아래서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박래부 : 누구의 지시로 온 것이냐?
이정우 : 인사과의 방침에 따라 온 것이다.
박래부 : 이과장도 보았듯이 나는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는데 인사과의 지시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
이정우 : 문화부가 그렇게 허접한 기관은 아니다.
박래부 : 언론계 동료 중에 ‘정부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기 전에 순순히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재단의 언론지원업무가 멀쩡하게 작동되고 있는데, 언론을 지원·발전시켜야 할 문화부가 더 이상 재단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이정우 : 내가 온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7) 2008. 7. 24. 문화부 사무실
ㅇ 문화부 나기주 서기관이 재단의 광고본부 정봉근 영업1팀장을 부름.

나기주 : 재단의 기타기관에 대한 광고대행업무를 중단시키는 공문을 내려 보내려 한다.
정봉근 : 그러나 우리에게 오는 기타기관의 광고는 종전처럼 그대로 하겠다. 이런 조취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나기주 : 다목적 카드다.

<자료출처 : 국회의원 최문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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