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국가 ‘판엠’의 체제 유지를 위해 치러지는 ‘헝거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은 어린 동생을 구하기 위해 생사가 갈린 살벌한 서바이벌에 뛰어든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캣니스가 여전히 꺼지지 않는 혁명의 불꽃 ‘모킹제이’를 연상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쥐는 순간, ‘판엠’의 99% 시민들은 그녀를 혁명의 상징으로 추앙한다. 그녀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캣니스가 시민들 사이에서 ‘혁명의 불꽃’으로 인식되자, 체제 유지에 급격한 위협을 느낀 스노우 대통령(도날드 서덜랜드 분)과 캐피톨은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해 75회 스페셜 헝거게임을 개최, 캣니스 포함한 역대 우승자들의 참여를 강요한다.

판타지 형식에 과장, 왜곡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헝거게임> 시리즈가 ‘판엠’을 통해 비추어보는 세계관은 비교적 현실적이다. 1%의 행복을 위해 희생되는 99%의 시민들, 그리고 99%의 반란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 매년 한 구역마다 조공인을 선발,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까지 서로를 죽이는 게임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지만 눈길을 끌만한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1%만을 위한 세계에 대항하는 99%의 움직임은 <헝거게임> 시리즈 외에 <엘리시움>, <설국열차>를 통해서도 형상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영화와 <헝거게임>의 차이점은 99%에서 1%안에 들어갈 수 있는 미끼를 던져준 이후, 서로를 죽이고 증오하는 식으로 99%의 단결력을 와해시키는 전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때문에 75년 가까이 대다수의 판엠의 12구역민들은 신분상승을 목표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은 살벌한 생존 게임에 내몰리면서 그렇게 캐피톨이 원하는 대로 살육 전쟁을 이어왔다. 진짜 그들의 적이 누구인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21일 개봉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작년 개봉한 1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과 비교하여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바로 2014년 2015년에 연이어 파트 1, 파트 2로 개봉할 파이널을 위한 전초전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앞부분이기에 독재국가 ‘판엠’, 그리고 ‘헝거게임’과 주인공 캣니스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던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과 달리,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모킹제이’가 될 수밖에 없는 캣니스의 운명과 피할 수 없는 혁명의 기운을 담아내고자 했다.

‘혁명’이라는 거대하고도 담대한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음에도 불구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그려내는 세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146분에 육박하는 엄청난 러닝타임을 보다 흥미롭게 지탱하기 위해 플루타치(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 등 캣니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했음에도 불구, 반전은 평범하고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구도로 흘려간다. 내년 개봉 예정인 <헝거게임: 모킹제이>를 다분히 의식한 듯이 끝난 결말은 다소 찜찜하고 뜬금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 뻔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전편보다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케일과 스토리텔링, 성숙한 매력을 뽐내며 진정한 혁명의 전사로 거듭난 제니퍼 로렌스의 남다른 매력도 아니었다.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 애매모호한 결말을 취하고 있다고 하나,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21세기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에 내몰린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캣니스와 더불어 ‘헝거게임’에 내몰린 여러 조공인들처럼 살인 무기만 안 들었을 뿐이지, ‘남부럽지 않은 직장’이란 목표 하에 치열한 취업 게임에 내몰린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들이 오버랩되는 독재국가 ‘판엠’과 헝거게임 룰. 생존 게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캐피톨의 의도대로 서로를 죽이는 데 전력을 다하던 헝거 게임의 참가자들은 ‘협력’, ‘동맹’, ‘연합’ 형식으로 모두가 살 수 있고 진짜 적에 맞설 수 있는 상생의 길을 택한다.

진짜 적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서기 위해 “누가 죽든 간에 나 혼자 살아남아 나만 잘 먹고 잘 사면 돼.”가 아닌, 상생과 희생의 길을 택한 <헝거게임> 참가자들. 그래서 그들이 펼칠 혁명의 신화가 주목된다. 다소 찜찜한 교두보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줄 평: 혁명의 뜨거운 기운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좋으나 다소 찜찜한 결말. 그래도 다음 편이 기대되는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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