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는 위법 행위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어제(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5백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전 위원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노조의 명예를 훼손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또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정치자금법과 관련해서는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약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투쟁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찬성한다.

그런데 언론노조의 명예를 훼손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아마도 법원이 신학림 전 위원장의 횡령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것을 놓고, 신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이준안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언론노조의 내부 개혁을 요구해 온 언론노조개혁협의회 소속 언론사들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리는 언론노조가 내부 개혁을 요구해 온 언개협 소속 언론사들의 충심을 호도하고 오히려 언개협을 협박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언론노조가 발표한 성명 내용을 보면 언론노조의 내부 개혁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언론노조가 법원의 판결문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서 성명을 발표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언론노조가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투쟁기금의 집행 절차에 관하여, 언론노조 규약 내용에 의하면 별도의 신분보장규정 및 중앙위원회의 피해자 보상 결정이 필요”한데도 “사무처 회의의 결정만으로” 신학림 전 위원장에게 급여를 보전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사무처 회의의 결정만으로 투쟁기금을 집행할 근거가 없는데도 사무처 회의의 결정만으로 투쟁기금을 집행했고, 신학림 전 위원장의 경우 외에는 투쟁기금이 급여 보전 용도로 사용된 적이 없어서 관례적이라고 볼 수도 없어 위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노조는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판결 내용에 대해 먼저 겸허히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힌 신학림 전 위원장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 무죄 선고 이유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①신 전 위원장이 언론노조 관계자로부터 급여가 보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지를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②그리고 신 전 위원장이 직접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점, ③신 전 위원장이 CD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최근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거나, 통장을 사용해 창구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통장에 기재된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다거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언론노조에서 위법적으로 자신에게 급여를 보전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서 무죄를 선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존중을 표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위원장의 지시도 없이 언론노조 사무처 관계자가 위원장 통장에 돈을 넣어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노조 사무처 관계자가 신 전 위원장 통장으로 급여를 보전해주면서 돈이 입금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얼마이고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CD기나 통장이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한 번도 확인해 보지 않는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언론노조가 사무처 결정만으로 신 전 위원장에게 급여를 보전해 준 것은 ‘위법’한 행위이지만,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의 통장 거래 내역을 한번이라도 확인했는지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 전 위원장의 횡령 혐의는 무죄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신 전 위원장이 CD기나 통장이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언론노조에서 입금이 된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유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이룬 신학림 전 위원장의 공과 업적에 대해서 인정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을 통해서 신 전 위원장이 법적으로 일부 구제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노조가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횡령 혐의 무죄라는 부분만 내세워 잘못한 일이 아무것도 없고 떳떳하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언론노조는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동안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2008년 7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개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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