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 분)는 마음 붙일 곳이 없다. 사춘기가 바로 코앞에서 노크하는 와중에 아빠와 엄마는 이혼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이런 엘리스에게 의지할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머드(매튜 맥커너히 분). 무인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단순히 부랑자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남자, 사연을 살펴보면 의외로 ‘순정 마초’다.

예쁜 꽃의 주변에는 여러 마리의 벌이 날아드는 것처럼 머드가 사랑하는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분) 역시 미모 때문에 그녀의 주변에는 남자가 끊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집적거리는 남자들을 손봐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여자가 평생 임신하지 못하게 만든 몹쓸 남자의 숨통을 끊어버리기까지 할 정도니 수호천사도 이런 수호천사가 없다.

아버지가 롤 모델이 되지 못한 엘리스에게 ‘상남자’ 머드는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지켜주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롤 모델이 된다. 혈육의 아버지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순정 마초의 역할을 타인인 머드에게 배운다는 건 머드가 엘리스에게 ‘유사 아버지’로 작용한다는 걸 의미한다. 다른 남자로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지켜주어야 하는가를 행동으로 가르쳐 주는 유사 아버지 말이다.

유사 아버지 머드로 말미암아 엘리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법을 배운다. 엘리스는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연상녀다. 다 큰 아가씨도 연하남을 이성으로 보지 않는 이가 많은데, 하물며 중학생 뻘밖에 되지 않는 엘리스가 남자로 보일 리 없다.

그럼에도 엘리스는 짝사랑하는 연상녀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선배를 향해 과감하게 주먹을 날린다. 진짜 아버지의 밑에 있었다면 저지르지 않았을 과감한 행동을 엘리스가 저지른다는 건 유사 아버지 머드를 통해 배운 진리인 ‘사랑하는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법칙 때문이다.

하지만 주니퍼는 엘리스와 도망하기로 약속한 날 술집에서 다른 남자와 웃기 바쁘다. 엘리스가 사랑하는 연상녀는 엘리스가 다른 상급생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아도 엘리스의 사랑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것 마냥 엘리스를 차갑게 대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려고 하는 남자의 마음을 여자들은 정작 고마움을 모르는 듯 행동한다.

그럼에도, 여자가 남자의 사랑하는 마음을 몰라준다 하더라도 순정 마초 머드와 엘리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지 않고 열과 성의를 다해 마지막까지 지켜주고자 노력한다. 청소년 엘리스는 유사 아버지 머드를 통해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법을 배운다. 아직은 노련함도 없고 힘도 부족하지만, 머드를 통해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는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박수가 두 손이 마주해야 가능한 것처럼 엘리스와 머드의 사랑이 일방적인 사랑인데 이를 진짜 사랑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엘리스가 사랑하는 연상녀가 엘리스 평생의 반려자가 될지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 수 있겠지만, 남자라면 자고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는 지켜줄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이 시대의 초식남들에게 가르쳐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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