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에 대한 별점이 1점으로 가득 차버린 일이 발생했다. 바로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대한 포털사이트의 별점 평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에 별점 1점을 주는 이 같은 일을 일부에서는 별점 테러라고 부른다.

이 일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인터넷 포털의 별점이라는 것이 과거부터 조작과 테러 혹은 놀이의 장이 되었었기 때문에 별점 테러 자체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별점을 조작하기 위해 '영화사'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단순한 흥미나 재미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차피 인터넷 포털의 영화 별점이라는 것은 이런 이유로 거의 신뢰할 수 없단 사실도 널리 퍼진 상태이다. 만약 인터넷 별점을 그대로 믿었다간 <클레멘타인>이나 <뱀장어>같은 작품들이 역대 최고의 명작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호인>에 가해진 별점 테러를 해프닝으로 여기기에는 조금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변호인>에 가해진 별점 테러의 성격이 영화 흥행을 위한 기획사의 사전 작업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발생한 어떤 흥미나 재미를 위한 것도 아니라, <변호인>이 담고자 했던 소재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별점 1점을 준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결국,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인 '부림사건'을 다룬 이 영화가 받는 별점 테러는 '부림사건'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 그리고 '부림사건'이라는 이미 역사적인 판단조차 끝나버린 실재했던 비극을 똑바로 마주 보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발생한 이 같은 테러는 영화의 만듦새나 영화가 부림사건이나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아닌, 사건 그 자체와 인물 그 자체에 대한 반감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므로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가해진 별점 테러는 사실 어떠한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미 존재했던 일, 이미 존재했던 인물에 대한 별점 테러는 그 일과 인물이 중심이 되어 그려낼 영화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무리 별점 테러를 가한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했던 국가적 비극사건을 없애 버릴 수도 없고, 그 당시에 인권 변호사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확고한 과거의 역사적 진실이 고작 별점 테러에 흔들릴 일은 아예 없다. 이것은 좋고 싫고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펙트일 뿐이다.

그래서 영화 <변호인>에 가해진 별점 테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의미 있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아주 괴롭고 비극적인 사건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영화가 그것을 어떻게 그려냈더라도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그 펙트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인>의 존재 가치는 별점이 아니라, 그 자체에 있다. 물론 그에 더해서 영화가 이 사건과 인물을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다면, 즉, 영화적인 완성도까지 지닐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변호인>은 영화 자체의 가치가 있다. 그것이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고, 이를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개봉 전 별점 테러가 만들어 내는 의미는 별거 없다. 그저 한 가지 있다면, 여전히 확고한 사실에도 고개를 돌리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는 여전히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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