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서울투쟁을 다녀왔습니다. 정식 이름은 '2MB 정권 언론장악 저지 경고파업'이었습니다. 알려진대로 주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했습니다.

노동부 창원지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동향 파악이 목적이었나 봅니다. 생전 없었던 일입니다. "그냥 알아보기만 하려고" 어쩌구 했습니다.

예전보다 늘어난 지역의 참여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언짢았지만 한편으로는 흐뭇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여태까지는 아무리 돌아 다녀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실체를 인정한 것이거든요.

제가 지부장으로 있는 경남도민일보지부는 조합원이 80명이 채 안 되지만 이번 서울행에 14명이 참여했습니다. 부분파업 수준이었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지난 23일 '2MB 정권 언론장악 저지 경고파업'을 벌였다. ⓒ김훤주
경남신문지부도 두 자리를 채웠고 3명도 어렵다던 국제신문지부도 예상보다 두 배 많이 참여했습니다. 며칠 전 지부장이 바뀐 경남일보지부도 3명이 참여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지역협의회 단위에서 공항 기자회견을 하고 30명 가량이 왔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지역신문 쪽 지부에서도 많이 참여했지만 지역방송 쪽 지부는 더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번 파업만큼은 전임자만 달랑 참여하는 수준은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

대신 서울 쪽 지부와 본부들이, 원인이 무엇이든, 조합원 동원을 생각보다 적게 한 것 같았습니다. 전체 규모는 1000명 가량 돼 보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깃발 소개도 없었으니까 참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YTN지부는, 통상 있게 마련인 투쟁 보고가 없었던 데 비춰 마찬가지 참여가 거의 없었나 봅니다.

표면에 떠오른 '지역 언론' 구호

집회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으로는 '지역 언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제가 경험이 얕아 그런지도 모르지만 지역 방송과 지역신문의 위기 상황에 대한 언급이 이보다 더 많이 있었던 대회를 저는 여태 겪지 못했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민간 방송광고 대행업) 도입 정책이 지역 방송에게 크게 위기로 다가선 것 같았습니다. 방송광고 시장에서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돼 경쟁이 이뤄지면 이뤄질수록 지역방송은 더욱 빨리 죽어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서울 KBS 서울 MBC, 그리고 SBS만 좋을 것입니다. 영향력이 큰 매체에 광고가 쏠리게 마련이니까요. 지역 KBS는 그래도 영향을 덜 받겠지만, 지역 MBC와 지역 민방은 당장 타격을 받겠지요.

지역신문은 그보다 안 좋습니다. 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 올해 출연금을 전액 삭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게다가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안 그래도 좁은 지역 광고시장에서 지역 방송과 경쟁해야 하는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니까요.

중요한 점은, 그동안 MBC < PD수첩>에 대한 정부 탄압, KBS 정연주 사장 진퇴, YTN 낙하산 사장 선임 같은 현안과 공공성·다양성 같은 추상적 구호에 가려져 있던 지역 언론 관련 의제들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9월 투쟁을 위해 교육과 조직을!

7월 23일 서울투쟁은 징검다리라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최시중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반대 투쟁에서 시작된 언론노조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이 촛불 국면을 거쳐 오는 9월 또는 10월의 정기 국회 입법 일정과 맞물려 들어가는 시발점입니다.

정기국회에서는 여태까지 산발적으로 나왔던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종합선물세트'로 묶여 나올 것입니다. 독점자본 이익을 가장 먼저 챙긴다는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미디어 정책에서도 마찬가지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KBS와 MBC의 사유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을 통한 재벌의 방송과 통신(IPTV) 진출 허용, 민영 미디어랩 도입, 지역신문발전지원법 일반법화 반대, 방송 권역 무력화 등입니다. 바로 언론 질서를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으로 대표되는 정글의 법칙에 넘긴다는 뜻입니다.

우리 역량으로 전면파업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KBS본부가 빠져 있어서도 그렇고 대부분 단위 조직의 평소 실력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예전처럼 말로는 총파업 어쩌고 하면서 실은 전국 지부 전임자와 서울 조합원을 모아 서울 집회 하나 꾸리고 마는 정도는 넘어섰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전면파업 아니라도 투쟁 전술은 아주 많습니다. 총력을 기울여 투쟁하겠다는 정신만 있으면 됩니다. 구체 전술은 지금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주·객관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에 걸맞게 종합 판단해서 선택하면 그만인 문제입니다.

9월 정기국회 개회까지는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한 달 앞 투쟁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교육과 조직이지 싶습니다. 우리 언론노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이 교육과 조직에 집중 투입해야 옳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서울은 잘 모르지만 지역 언론의 경우는, 조합원들이 크게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위기의식만으로는 투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을 통해 위기의 원인을 밝혀내야 합니다. 조직을 통해 그 원인을 없애는 투쟁 대열을 꾸려내야 합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발바닥만큼은 뜨거웠던, '직업적' 실업자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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