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는 예능 같은 드라마다. 제작진이 1박2일 군단이라 그런지 몰라도 응사에는 곳곳에 예능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 15일 방영된 9회에서는 매직아이가 메인 소재였다. 1990년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온 국민을 사시로 만들었던 매직아이. 눈을 가운데로 모으고 보고자하는 의지를 내려놓는 순간, 그림에서 뭔가가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매직아이다.

이번 응사에서는 이 매직아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매직아이를 잘 보는데 성나정만 잘 보이지 않자 성나정은 칠봉이와 내기를 하게 되고, 이에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매직아이 하나를 풀어보라고 내주었다. 하지만 결국 나정은 매직아이를 풀지 못했고, 정우는 이 매직아이를 보았지만 칠봉이가 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어떤 매직아이일까 궁금해 하던 찰나에 마지막 장면으로 이 매직아이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어떤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문제를 내주고 답을 스스로 찾으라고 할까? 응사는 과감히 시청자에게 문제를 내주었고, 응사의 매직아이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몰이 중이다. 매직아이는 그림의 1/3 중간 지점과 2/3 중간 지점에 가상의 점을 찍고 뚫어져라 보게 되면 입체적인 이미지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 매직아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그림은 "하트"이다.

상황을 통해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칠봉이가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고자 선택한 퀴즈인 것이다. 하지만 성나정은 끝까지 못 알아봤고, 이는 성나정이 아무리 뚫어지게 보아도 칠봉이의 사랑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즉, 칠봉의 사랑은 안타까운 사랑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칠봉의 마음과 나정의 마음을 모두 안 정우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빙그레의 마음까지 빼앗아버린 정우는 응사의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음 편 예고에서는 해태와의 로맨스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이름이 밝혀진 사위 후보는 삼천포 김성균 밖에 없다. 김성균은 도희의 짝으로 결정되었고, 이제 남은 후보는 빙그레, 정우, 해태, 칠봉이다. 정우와 칠봉이는 이미 러브라인이 들어갔고, 빙그레는 동성애 코드를 갖고 있다. 정우가 김씨이고, 칠봉이와 빙그레는 김씨에 같은 돌림자를 사용하고 칠봉이는 마지막자가 "준"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모두 김재준이라는 남편 후보에 포함되지만, 해태만 아직 이름에 대한 어떤 힌트도 나오지 않았다.

매직아이처럼 계속 혼돈스럽게 하는 남편 찾기는, 매직아이를 직접 시청자에게 풀어보라고 한 것처럼 남편 찾기도 직접 풀어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응사의 매력은 바로 이런 과감한 시청자와의 소통이 아닐까 싶다. 이미 제작진은 1박 2일을 통해서 시청자와의 소통이 얼마나 파워풀한지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응사에서도 이런 요소를 가져다 놓아 2013년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1994년에서 2013년으로 응답해오는 것처럼 1994년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2013년인 요즘 다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추억을 회상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일 것이다. 응사는 우리의 아련한 추억, 비록 스마트 시대로 빠르게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더 그리워지고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을 추억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매직아이처럼 응사 속으로 더 빨려들어 갈수록 그런 추억에 더 젖어들게 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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