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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9회 - 매직아이로 풀어낸 절묘한 삼각관계가 갑이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3.11.16 13:17

매직아이를 통한 메시지 전달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감성적이었지만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매직아이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칠봉이는 고지식하게 게임에만 몰두한 나정이로 인해 다시 한 번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칠봉이의 마음을 알게 된 쓰레기의 속상해하는 마음은 역설적으로 나정이의 남편이 쓰레기일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매직아이를 통한 속마음 확인하기;
사랑과 매직아이, 둘의 공통점은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사실

1994년을 상징하던 문화 중 하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광풍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었습니다. 서태지의 노래를 거꾸로 들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말이 들린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시대를 대변하던 아이콘이 한순간 사탄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가장 끔찍함을 느낀 이는 서태지 광팬인 윤진이었습니다.

여전히 눈치 없고 호기심 많은 성균은 윤진이 앞에서 서태지를 욕보이는 행동을 하다 목이 졸리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신촌 하숙을 지배하는 윤진이는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해태와 성균이 기센 여자들 앞에서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습니다. 윤진이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 후 윤진이 남편이 누가 될지 그게 궁금하다며 나누는 이야기는 이미 그게 누구인지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서태지 광풍 못지않게 많은 화제를 모았던 것 중 하나는 매직아이였습니다. 언뜻 보면 알 수 없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 있는 매직아이가 화제였었습니다. 열심히 매직아이를 보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확인하며 즐거워하는 친구들과 달리, 유독 매직아이가 보이지 않는 나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밥 먹는 것도 포기한 채 매직아이에 집착하는 나정을 떠나지 못하는 칠봉은 그런 나정이 좋기만 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식사하러 간 사이에도 나정 옆에서 함께 매직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칠봉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쉽게 볼 수 있는 매직아이를 전혀 보지 못하는 나정이 신기하고 귀엽기만 했습니다. 좀처럼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나정을 위해 칠봉이는 내기를 합니다.

가장 쉬운 매직아이를 두고 10만 원의 내기를 건 둘은 그 미묘함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나정은 순수하게 매직아이를 보겠다는 일념이 가득했고, 칠봉이는 그 매직아이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찾아주기를 간절하게 원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물어보면 안 된다는 칠봉이의 요구는 사실 타인에게 물어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강력한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칠봉이의 마음을 알 턱이 없는 나정에게는 순수하게 게임의 룰에만 집착할 뿐이었습니다.

칠봉이가 스무고개 같은 퀴즈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쓰레기와 나정이의 기묘한 관계는 더욱 혼란스럽고 뒤틀리기만 했습니다. 지난 술자리에서 취한 윤진이가 모두에게 자신이 쓰레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알게 된 사랑고백으로 인해 두 사람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 전에는 심한 장난까지 치던 사이였지만, 그 고백 이후에 낯선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낯설게 조우하며 더욱 민망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나정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하얀 옷에 김칫국물을 흘리게 된 쓰레기는 미안해서 세탁기를 돌린다며 화장실에 있는 나정을 부르러 갔지만, 그곳에서 속옷만 입은 채 김칫국물을 씻어내고 있는 나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있는 쓰레기를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할 일 다하던 나정이었지만, 사랑 고백을 한 후 쓰레기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만 합니다. 나정이처럼 쓰레기 역시 그 고백 후 나정이 단순히 어린 동생이 아닌 여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나정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동안에도, 빙그레는 삶이 무엇이고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가출해 자신을 찾아오면서 빙그레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멘토는 바로 쓰레기였습니다. 빙그레는 벌칙으로 행해졌던 뽀뽀 이후 쓰레기를 단순한 선배나 형이 아닌 묘한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쓰레기가 비가 오는 날 함께 소주를 한 잔 하자는 말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슈퍼 앞에서 비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벌써 휴학을 하면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후배 빙그레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던 쓰레기는 다짐하듯 포스터를 내밉니다. 항상 음악을 듣고 TV 프로그램을 꿰고 있는 빙그레를 위해 대학가요제를 한 번 나가보라는 쓰레기의 권유는 빙그레가 앓고 있던 병을 치유하는 특효약이 되었습니다.

   
 
좀처럼 남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빙그레는 어느 사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있던 아버지를 닮아 있었습니다. 동생마저도 솔직한 이야기를 꺼려할 정도로 어느새 아버지의 나쁜 모습만 닮아 있던 빙그레는 쓰레기로 인해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동생은 이미 어머니가 빵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모두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말썽만 부리는 동생이지만, 어머니를 향한 사랑은 곧 그의 꿈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유명 호텔의 주방장이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들으며 빙그레가 가지는 생각은 단순하고 명쾌했습니다. 빙그레의 대학가요제 출전을 비밀로 해주겠다던 쓰레기는 모든 하숙생들에게 알려버렸고, 그 일로 인해 빙그레의 출전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급하게 곡을 받아 예선에 출전했던 빙그레는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표절곡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표절곡으로 인해 대학가요제에서 망신을 당한 빙그레였지만, 표절곡을 써준 해태의 고향 선배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간극은 멀다는 사실만 분명해졌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방황하던 빙그레는 망설임 속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자신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도전은 결과적으로 자아를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정이가 자신의 경기를 보러와 주기를 바라는 칠봉이와 그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정이. 모자 속에 숨겨둔 나정이의 사진만으로도 힘을 내는 칠봉이의 모습은 애절함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매직아이에 정신이 없는 나정이를 보던 쓰레기는 매직아이를 빼앗아 칠봉이가 보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나정이는 보지 못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메시지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튤립 사이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하트 모양은 칠봉이가 나정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메시지였습니다. 매직아이가 흥미로운 것은 사랑과 닮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매직아이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정이는 모르지만 칠봉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은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정이가 쓰레기를 사랑한다는 것 역시 윤진이의 고백 전에도 많은 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쓰레기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런 감정의 엇갈림은 결과적으로 나정이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나정이 사진을 밤새도록 보는 모습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칠봉이가 나정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빙그레와 술을 마시는 장면은 쓰레기가 나정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고지식한 나정이로 인해 다시 한 번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칠봉이 역시 답답하기만 한 이 상황에서 나정이의 남편이 누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20부작 중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태의 반격이 기대됩니다. 삼천포로 놀러간 그들 사이에서 나정과 해태의 에피소드가 추가된다면 나정의 남편 찾기는 쓰레기와 칠봉이에서 해태까지 확대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김성균이라는 대단한 배우가 보여주는 농익은 생활 연기의 재미와 나정이의 남편이 누가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극적인 전개는 <응답하라 1994>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탄탄한 이야기 속에 농익은 연기들로 빛을 내는 연기자들의 호흡은 응칠이를 넘어 '응사 열풍'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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