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독립제작사협회(kipa21.com)와 한국방송 KBS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통해 <국제공동제작프로젝트 ‘The Asian Pitch' 독립제작사 공모>에 관한 내용이 동시에 소개되었다. 공지사항의 주요 내용은 세계 미디어시장에서 흥미를 가질 만한 아시아 지역의 독창적인 소재를 HD 컨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공모한다는 것이다.

▲ 아시안핏치(Asian Pitch)의 안내를 위한 홈페이지 (영어, 인도네시아, 일본어, 만다린, 태국어, 베트남어, 한국어 등의 언어로 제공된다)
그리고 이 공모는 일본의 NHK와 싱가포르의 Media Corp의 자회사인 칼데콧(Caldecott) 그리고 한국의 KBS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아시안핏치(The Asia Pitch), 일명 TAP 프로젝트라는 소개가 덧붙었으며 상세한 세부조건과 내용이 추가로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참고사항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KBS, NHK, Caldecott의 CP급 프로듀서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1차 심사가 끝난 기획안에 대해서는 2차 심사에서 연출자가 직접 영어로 해당 프로그램 기획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기획안 공모마감까지는 공고일로부터 약 2달의(1월 말 ~ 4월 30일) 시간이 주어졌다. 영문으로 작성된 기획안은 싱가포르 칼데콧사로 직접 우송하게 되어 있는 관계로 국내에서 얼마만큼의 독립제작사가 우수한 기획안을 제출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2007년의 경우 한국에 1편의 기획안을 포함하여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뉴질랜드, 미국 등 9개 나라에서 모두 115편이 접수되었으며 1차에서 15편 그리고 최종 심사에서 3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Channel newsAsia의 7월 13일자 뉴스에 의하면 올해는 9개 나라에서 모두 162편의 접수되어 2007년 대비 약 35%의 증가를 보였다고 한다.)

제2회 “아시안핏치” 기획안 공모마감일이 약 3개월가량 지났다. 공모내용에 의하면 7월말에서 8월 초 쯤 1차 선정 작품에 대한 심사가 예정되어있다. 선정기준은 “기획의 독립성”, “테마의 보편성”, “재밌는 이야기”,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관의 표현” 등이며 HD영상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기획안을 제출한 독립제작사들에게는 매우 초조한 시간일 것이다. 1차 선정 작품에 국내 제작사가 제출한 기획안이 포함되어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제1회 아시안핏치 선정 작품 방영 - NHK 28일 ~30일

어느덧 지난해 선정된 3편의 작품이 완성되어 오는 28일(월)부터 30일(수)까지 일본 NHK의 BS1을 통해 최초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NKH에서 방영된 이후 한국방송 KBS를 통해서도 8월 ~ 9월 경 방영이 예정되어 있으나 아직 편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제1회 “아시안핏치”에서 선정된 3편의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말레가온의 슈퍼맨 (Supermen of Malegaon) - 제작 : I-pot Film _ 인도

인도에서도 가난과 차별의 대상인 무슬림 도시 말레가온에서 8년 전부터 인도의 볼리우드 히트작을 패러디한 영화를 만들어온 한 비디오 홀 주인과 배우와 제작진으로 나선 지역 주민들의 ‘시네마 천국’을 다룬 유쾌한 다큐멘터리다. (NHK BS1 7.28(월) 방영예정)

□ 수박 (SUBAK) - 제작 : GS Production _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한 농부 가족의 삶을 기록. 전통적인 관개시스템인 수박을 통해 인위적인 현대농업기술이 만능은 아니며 인간과 어떻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NHK BS1 7.29(화) 방영예정)

□ 토라자의 미라 도둑 (The Mummy Thief) - 제작 : Ninelives Pictures _ 인도네시아

300여 이상의 민족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그중 슬라웨시 섬 남부의 토라자지방에서는 풍습에 따라 성대한 장례식을 치루기 위한 비용마련을 위해 조상의 미라를 도굴해 그것을 외국인에게 팔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장례풍습이 전한다. “The Mummy Thief”는 토라자 마을 사람들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NHK BS1 7.30(수) 방영예정)

한국독립제작사의 도전필요

“아시안핏치”는 국제영상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아시아의 영상콘텐츠를 개발하여 그것을 전 세계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소개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아시아적 가치를 HD영상으로 담아 그것을 세계영상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유럽과 북미의 나라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영상시장에서 아시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이야기를 소개함이다.

따라서 아시안핏치에 선정된 작품은 HD제작시스템을 지원받아 제작된 후 NHK와 KBS 등에서 방영되고 싱가포르 Media Corp의 국제적 배급망을 통해 세계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본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상황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해서 성급한 성과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시아의 보편적 가치를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세계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독립제작사에게 있어 좋은 기회의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국내 독립제작사들도 콘텐츠개발에 열정을 가지고 세계에서 통(通)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한국시장을 벗어나려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 Pitch의 의미
프로듀서를 향해 방송 기획안을 “던지다”의 의미로 “Pitch"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며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많은 독립제작사 혹은 프로듀서들이 기획하고 있는 우수한 영상 다큐멘터리 기획안이 《Asian pitch》에 제안되어 HD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상 아이템 개발과 영어 프리젠테이션의 벽

전술한 바와 같이 지난 2007년 제1회 “아시안핏치”에는 국내에서 단 1편의 기획안이 접수됐다. 그리고 아직 2008년 접수현황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지만 올해역시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필자의 판단근거는 다음의 세 가지에 있다.

첫째는 “아시안핏치”의 전 과정에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라는 점이다. 기획안 작성은 물론 2차 최종 심사의 경우는 기획연출자 본인이 직접 기획안을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수행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둘째는 국내 독립제작사들이 “아시안핏치”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으며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 혹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세부사항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

셋째는 기획안 개발에 대한 국내 제작사들의 중요성 인식의 부재라 하겠다. 독립제작사의 많은 경우 국내 방송사 및 공모용 기획안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 보니 해외로까지 시선을 넓힐 만큼의 여유를 갖기 쉽지 않으며 더불어 그것을 위한 별도의 기획안개발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재 우리 독립제작사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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