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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청구, 제도 취지 정면으로 거슬러참여연대와 민변, 박근혜 정부 행태 조목조목 비판 "법을 활용한 통치"
한윤형 기자 | 승인 2013.11.11 13:55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지하 1층 느티나무홀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의 발제와 함께 서로간에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되었다.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어떤 지점에서 잘못된 것인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한국의 정당해산 제도의 취지와 국제적으로 정당해산 제도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가 언급되었고,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파악한 법무부의 논리도 조목조목 비판받았으며, 박근혜 정부가 무리한 일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지하 1층 느티나무홀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미디어스
 
정당해산 제도의 취지를 거스른 통진당 해산 심판청구
 
한상희 교수와 김종철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정당해산 제도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논박했다. 
 
한상희 교수는 “위헌정당 해산 관련 조항은 정당을 해산시키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을 해산시키기 어렵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1958년 정부의 행정 처분으로 진보당이 해산된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법개정안기초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헌주 의원이 제안설명에서 ‘헌법에 이것을 두는 것은 정당의 자유를 좀더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까닭’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통진당을 해산하기 위해 이 조항을 활용하고 있지만, 애초 제도의 취지는 행정부 권력으로부터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군사독재정권들도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상희 교수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정당해산 제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 교수는 “정당해산 제도를 가진 나라가 많지 않아서 정설이라고 말할 만한 해석은 없다. 하지만 독일, 터키, 스페인이 정당해산 제도를 가지고 있고 정당을 해산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렵 평의회 산하 베니스위원회가 이들 국가에게 한 권고나 지침을 참조할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베니스 위원회는 1999년도에 정당해산 제도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으며 2009년도에 터키에 새로이 권고를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이를 재확인했다. 한 교수는 “베니스 위원회 지침을 보면 정당해산 제도는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 취지는 다수권력으로부터 소수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소수정당을 함부로 해산해서는 안 된다. 설령 소수정당이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헌법을 변화시킬 것을 선언했다 하더라도, 다만 폭력을 실제로 동원했고 실질적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해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심지어 베니스 위원회는 이 해산 제도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 게 최선이며,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까지 했다”라면서 정당해산 제도를 별다른 고민 없이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민주주의의 상식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설명했다. 
 
김종철 교수 역시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헌법이 유일하게 특정한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자유’를 재산권이나 경제적 자유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1956년 독일공산당 해산결정에서 독일연방헌재가 제시한 걸 봐도 위헌정당으로 평가받으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소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이 원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쟁적·공격적 태도를 취하면서 궁극적으로 이 기본원리를 제거할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능을 해할 때에만 비로소 위헌정당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허술한 논리
 
참석자들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한 법무부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의 당헌을 분석하며 법무부가 위헌적이라고 비판한 ‘민중이 주인되는 평등세상’,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와 같은 어휘들의 의미를 밝혔다. 사실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헌과 강령은 정의당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이 북한 추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억지다. 
 
   
▲ 토론회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는 기자들의 모습. ⓒ미디어스
 
한상희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라 하면 1915년 H.Croly가 출판한 'Progressive Democracy'라는 책 제목도 있다. 루즈벨트도 영향을 받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위한 미국연구소'라는 이름의 단체도 있다. 김일성이 언젠가 한번 사용했다고 해서 이 단어를 쓰면 북한 추종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민주주의는 보편적 가치인데 북한이 뭐라고 발언했는지가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김일성이나 북한이 사용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상이나 정치적 견해를 금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북한의 주장을 반대로 하는 게 헌법이고 우리 헌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결론이 가능한 논리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역시 위헌정당 해산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재화 변호사는 “현재 진행되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제1심 소송 중인데, 매우 치열하다. 검찰 측이 제시하는 증거들이 대체로 위법증거수집에 해당하는지라 유죄가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가보안법으로야 유죄가 나올 수 있겠지만 내란음모죄가 유죄가 나오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석기 사건에 대한) 검사 공소장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이 입증한 건 ‘RO’의 행위다. ‘RO’와 통합진보당의 관계를 엮기 위해선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혀 근거가 없다. 검사가 ‘RO’와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이미 입증했다면 당대표나 주요 간부들을 기소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사 공소장에서도 그들이 기소되지 않았는데 ‘RO’ 활동을 통진당 해산의 근거로 삼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한상희 교수 역시, “통진당이 ‘RO’의 외곽단체임을 입증해야 법무부 주장이 최소한이라도 성립한다”라면서 “스페인이 바스크 정당이 위헌정당임을 입증하려 했을 때는 그 부분에 치중했다. 테러단체와 바스크 정당의 연계성을 규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우리 법무부가 만든 논리를 보면 이 부분은 완전히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진지하게 토론자들의 논의를 경청하였다. ⓒ미디어스
 
박근혜 정부의 의도와 헌법재판소의 판단
 
한상희 교수는 “우리가 흔히 법원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때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데 이 경우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정치의 사법화’라기 보다는 일종의 ‘법을 활용한 통치술’이다. ‘법의 통치’가 아니라 법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법에 의한 통치’다. 법무부 논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공안검사의 조서 수준이며 한마디로 말해 근거도 없고 자료도 없고 타당성도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지방선거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서 정치적인 이득을 누리려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이재화 변호사는 “나는 약간 생각이 다르다. 김형철 위원이 박근혜 정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비서실장, 민정수석, 법무부장관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들이다. 그들의 세계관 자체가 다양성을 긍정하지 못한다. 파시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세계관이 발현된 것일 뿐 선거공학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형철 위원은 “나도 박근혜 정부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면 이득이 나온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을 캐릭터 몇 명의 특성이 낳은 일로 바라본다면 권력의 문제를 지나치기 쉽다. 몇 사람의 성향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며, 권력분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헌도 생각해봐야 하고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종철 교수는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헌법을 수단으로 가벼이 여기는 자세가 낳은 사건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교수는 “우리의 민주화가 얼마나 불철저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를 하면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절차적 관점이 없어서 그렇다. 직관적으로 통진당이 나쁘고 위험한 것 같으니, 해산에 찬성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국민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도 제도의 문제가 있다. 정치관계법들을 보면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체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종철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예상 대응에 대해선 “독일의 경우 2천년대 들어 신나치당에 대해 해산 청구를 받았을 때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결론을 유예했다. 한국의 헌재에게도 이것이 가능한 대응이 될 것이다. 혹은 대통령 탄핵 때처럼 제소 자체는 정당한데 해산 사유가 되기엔 미비하다고 타협적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물론 ‘관습헌법’ 때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종철 교수는 “헌재가 어느 쪽으로 판단내리든 6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예측하였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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