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만의 일은 아니다. 대국민 오디션이라고 이름붙인 TV 오디션은 늘 그래왔다. 그렇지만 이번 슈퍼스타K5 준결승에서 송희진이 탈락하고 박시환이 결승에 오른 것은 평소와 달랐다. 1,2라운드로 나뉘어 진행된 준결승에서 송희진은 당당히 1위를 거머쥐었다. 반면 2라운드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대기석에 있었던 박시환이 그런 송희진을 밀어내고 결승행 티켓을 가볍게 손에 쥐었다.

전과 다른 시청자 반응에 엠넷은 빠른 속도감으로 파이널의 특수를 누리려 했지만 그조차 뜻대로 되지 못했다. 결승이나 다름없었던 준결승이었지만 대국민 문자투표수는 10만을 어렵게 넘겼다. 과연 이 정도로도 슈퍼스타K가 다음 오디션을 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저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5 준결승은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방송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승부가 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낯 뜨거운 결과에 가장 먼저 결승 진출자로 호명된 박시환은 스스로 매우 민망해 하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역대 결승진출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안색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송희진을 응원하고 말고는 상관없다. 송희진의 탈락은 언제나 그랬듯이 여성 참가자에게 불리한 방송 오디션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했으며, 익숙해지지 않는 불쾌한 반전이었다.

또한 심사위원들 역시 굴욕이었다. 자신들의 전문적 평가가 완전히 뒤집혔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차이도 아니고 큰 차이로 송희진과 박시환을 벌려놨어도 문자투표는 그런 심사위원들의 결정을 가볍게 흔들어버렸다. 결국 심사위원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평론밖에는 할 수 없는 입장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그것이 소위 대국민오디션의 본질이다.

결국 준결승 2라운드였던 라운드 무대가 이번 슈퍼스타K의 실질적인 결승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송희진의 우승이었다. 굳이 송희진이 우승을 빼앗겼다고 과격한 표현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결승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게 했다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전보다 심사위원의 지분을 늘렸다고 하지만 준결승까지 오면서 형성된 팬덤의 화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물론 박시환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대중가수로 활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팬덤을 만드는 것도 큰 능력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팬덤 역시 잘못이 없다. 팬덤이야 당연히 투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디션의 기본인 실력대로 결과를 낼 수 없게 만든 슈퍼스타K5의 근본적인 시스템이 유일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전처럼 백만을 훌쩍 넘기는 투표를 기록할 때와 달리 시청자 관심이 시들해진 요즘이라면 이 문자투표가 만들어내는 불쾌한 반전은 오히려 슈퍼스타K의 발목을 잡고 있다. 투표는 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슈퍼스타K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서 결승에 대한 긴장과 궁금증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시작할 때부터 박시환을 그럴듯한 이미지로 포장해온 엠넷의 자승자박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문자투표가 결과를 장악하게 하는 기존의 시스템을 버릴 각오도 필요하다. 전처럼 백만을 훌쩍 넘기는 투표라면 또 몰라도 지금처럼 저조한 투표라면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이제 엠넷은 오디션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문자투표에 대해서 아니 더 나아가 슈퍼스타K 자체의 존폐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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