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이의 남편 찾기라고 부재를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응답하라 1994>는 나정이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를 극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칠봉이냐 쓰레기냐의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기대하고 바라고 설렐 수 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는 그것을 가장 큰 중심이야기로 놔두면서도 그 이야기에만 매몰 되지 않는다. 이 기본 틀 안에서 각 등장인물의 다양한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한편의 에피소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따로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커지는 캐릭터들이 존재하며, 이때 이 캐릭터들은 큰 생명력을 얻게 된다. 삼천포와 정대만의 에피소드라고도 볼 수 있었던 '상한 게장'사건 이후로 정대만이 극 중에서 더욱 큰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응답하라 1994>는 기민하게도 살려놓은 캐릭터를 가지고 또 하나의 로맨스를 준비한 것 같다. '정대만'의 로맨스이다. '나정'의 남편감이 '칠봉이'와 '쓰레기'로 거의 좁혀진 가운데, '정대만'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를 하나 더 만들면서 이제는 '정대만'의 남편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추가했다. 결국 <응답하라 1994>는 '나정'의 남편 찾기에 이어서 '정대만'의 남편도 찾기를 추가하면서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남편 찾기는 결국, '정대만'대 '삼천포', '정대만'대 '해태'라는 또 하나의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커플 찾기에서 두 커플 찾기로의 진화는 극이 가진 재미를 더욱 키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 같은 구도에서 생기는 긴장감의 향상은 얼마든지 이 두 로맨스 간에 인물 교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칠봉이와 정대만을 엮어주는 에피소드가 구성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이 로맨스는 꼬일 수 있다.

이렇게 캐릭터를 살리고 캐릭터마다 로맨스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역량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예능 출신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응답하라 1994>는 전체적인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극대화 시키고 완결시키는 것에 상당히 능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캐릭터와 캐릭터를 언제든지 엮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의 내공이 작품을 보는 내내 느껴질 정도이다. 전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결성 있고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응답하라 1994>팀이 가진 가장 큰 재능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캐릭터를 살리고 '정대만'이라는 로맨스 중심인물을 하나 더 구축하면서 <응답하라 1994>의 추측하는 재미, 감정 이입하는 재미는 더 커지게 됐다. <응답하라 1994>가 단지 이야기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극을 보면서 시청자의 바람이 더욱 깊게 투영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이다. 과연 '정대만'은 누구와 결혼하게 될 것인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요소가 확실히 하나 더 증가했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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