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에선 사이버 공간의 폐해를 치유해야 한다며 환영하고 있는 반면 반대 진영에선 인터넷 여론 통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개방, 참여, 공유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려는 시각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인터넷 종합대책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일부 평가해야 할 지점도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의 핵심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전면 수입 논란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정국에서 표출된 국민의 ‘反이명박’ 기류를 인터넷에서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反헌법적 발상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반대한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한 개인 및 집단과 사회, 주권자들과 정부 및 정치권 등 근원적인 ‘커뮤니케이션 대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 인터넷 정책 이슈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인터넷은 강력한 민주주의의 도구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은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과 전통적 종이신문이었지만, 이제 인터넷 미디어, 특히 포털 등을 통해서 검색과 메일, 뉴스 보기, 토론 등 게시판 글쓰기를 통한 사회 참여 등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보의 습득 경로와 여론 형성의 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주요 기관의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정보 획득 경로가 인터넷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특히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이용자들이 92%에 달한다. 이번 촛불정국에서 졸속 쇠고기 협상을 질타하는 여론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확산된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인터넷의 영향력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일부 이용자들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 개인 정보 및 사생활 침해 등 부정성 역시 확인되고 있다.

여론 통제는 포털 사회적 책임 강화와는 무관해

이번에 정부 대책이 졸속적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증명된다.

공정위는 최근 포털사업자가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함부로 삭제하거나 복제하는 등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부분을 금지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법을 개정해 오히려 게시물을 임시 삭제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상반되는 대책이다.

또한 현재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대부분의 사이트로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바로 어제에도 다음의 이메일 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이 있었다. 개인정보침해, 해킹 사건이 대형화되고 날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실명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정부의 인터넷 대책이 촛불집회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급조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게시판 실명제는 부작용 감소 등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명제는 어디까지나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시행하면 될 일이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강제화하고 이행치 않으면 처벌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세계 어떠한 나라도 인터넷에 글을 쓰기 위해서 주민번호와 자신이 동일인물인지 확인한 뒤 쓰게 하는 나라는 없다. 이는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조항이다. 특히 촛불집회 이후 나온 이번 실명제 확대 정책은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인터넷 상의 여론 통제는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의도가 순수하려면 오히려 인터넷 댓글과 게시판, 토론방 여론을 활성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법제화해서 정치권력, 자본권력이 인터넷 여론을 부당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진보진영과 매체, 포털의 여론다양성?생태계 파괴에 침묵

정부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외피를 쓴 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게시물 삭제 강화, 실명제 확대 등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재에도 포털은 문제가 되는 글을 임시 삭제 조치하고 있다. 그런데 촛불 여론에 큰 화상을 입은 정부는 이것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정부나 권력, 대기업 등에 불리한 비판적 의견을 삭제하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는가? 희대의 사기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을 통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모조리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는 정책들로 점철되어 있다. 어느 하나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전자 민주주의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구현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정책은 장기 집권을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한 여로 차단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반면 인터넷 규제 정책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잘못된 정책을 꺼내 들었으니 욕을 들어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진보매체와 단체, 학자, 전문가들은 인터넷 여론 및 경제 생태계의 파괴범인 포털의 독과점과 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 문제 등은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점은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

인터넷 미디어권력으로 등극한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는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한국 국민 서울신문 등 7개 일간지의 2007년 연매출 규모는 1조3천4백2억원으로 집계됐다. 7개 신문사의 순이익은 114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네이버, 다음의 매출 2007년 매출 규모는 네이버 9,202억원, 다음 5,760억원으로 공시됐다. 순이익은 네이버 3,955억원, 다음 605억원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다음의 매출 총액은 1조4천9백62억원으로 조중동 등 7개 일간지의 매출 총액 1조3천4백2억원에 비해 1천5백60억원이나 많다. 수익 면에서는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 4천5백60억원 VS 114억원이다.

검색 및 광고시장, 미디어 시장의 이동 등을 감안했을 때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전통적 종이매체와 포털 등 인터넷 미디어의 매출 및 순익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문제는 전통적 매체 종사자와 연관기업 등을 보았을 때 종이매체에 비해 포털사업자는 비교가 되지 않을 규모의 인원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자체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포털이 인터넷 미디어 권력으로서 절대 입지를 구축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서 이용자 보호, 공익실현 등 사회적 책무 수행에서 포털사업자가 하는 일이라곤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뉴스 및 여론 독과점을 형성한 포털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 부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포털의 불공정거래, 독점적 사업자 지위, 포털의 언론권력화와 신권언유착 등을 근절하는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일부 매체와 진보진영의 포털에 대한 입장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인터넷 탄압만을 강조하면서 정부대책 철회만을 외치고 있다. 대안이 부재한 비판은 무위에 그치기 쉽다.

포털 등 인터넷 미디어 법제화와 관련해서 몇 가지 최소한의 사회적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로는 여론 다양성 확대와 사회적 책무 강화를 목적으로 과도한 언론권력을 형성한 채 뉴스 및 인터넷 경제 독과점 기업이 된 포털 사업자들을 적절한 수준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둘째는 ‘네이버 평정’ 발언 논란 등, 방통위의 조중동 불매운동 게시물 삭제에서 드러났듯, 인터넷 상의 국민여론의 형성과 소통에 있어서 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배격하고 인터넷 여론의 독립성과 정치 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를 입법화해야 한다.

셋째, 선진국가의 기준 및 UN 등의 기준을 근거로 해서 정치 참여 보장 등 민주주의의 제반 원리와 표현의 자유 등 보편적 인권가치가 녹아날 수 있는 법제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법제화 방침은 수많은 인터넷 콘텐츠와 정보 생산자들의 생존권적 아우성은 외면한 채 포털의 독과점을 방치해 놓고 반면, 인터넷 상의 국민여론을 통제하는 장기집권을 위한 언론지형 만들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자면 이렇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한 인터넷매체는 최근 수년간 모 포털에 뉴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해당 포털은 뉴스 공급에 따른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인터넷매체 관계자가 전했다.

또 다른 인터넷매체는 모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1년간 무상 제공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털 측이 뉴스를 올려주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독점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중소 인터넷매체와 콘텐츠생산업체들에게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팽개쳐 버리는 악질적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포털 규제를 반대한다’,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자’고 외쳐도 울분을 삼키며 무너져 가고 있는 수많은 인터넷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감동을 안겨 줄 수 없다.

거대 육식공룡으로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포털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구축은 결코 양립되는 가치가 아니다. 둘은 상호 보완적 관계다. 여론과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콘텐츠 생산자들과 인터넷 미디어들이 성장하고, 활성화되어야 우리 사회 전반과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확대될 수 있다.

‘인터넷 국민 여론 위원회’ 제안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곧 우리 사회와 국민의 성공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재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특정 포털 또는 매체에 매몰되는 여론 형성과 확산의 구조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각계각층의 국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인터넷 국민여론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각계의 의견이 고르게 평등하게 반영되는 여론수렴과 반영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포털 등 인터넷미디어에 대한 법제화 역시, 국민적 논의와 토론,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진행돼야 한다. 세대와 세대,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진보와 보수가 꺼림낌 없이 경제 위기 등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미래 생존 전략,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중요하고도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고, 정부정책과 국회의 입법화에 반영할 수 있는 범국민적 소통기구가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한 사람의 CEO가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이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에서 증명이 되었다. 온 국민이 주인으로 나서는 ‘커뮤니케이션’ 대혁명이 절실하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청와대의 이른바 ‘관계자’ 또는 ‘핵심측근’, 최시중의 방통위, 한나라당 일당독재의 의회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현재의 의회 구조는 야당이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공영방송 투쟁 ‘~이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쇄신이 필요하다. 언론진영의 각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상의 문제이지, 유감스럽게도 정연주 KBS사장은 물러나게 되어 있다. 정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운다고 해도 2009년 11월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 정치권력을 동원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현재의 정 사장 사퇴 압력은 분명 잘못되었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KBS 이사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3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진행했다 ⓒ곽상아
진보진영과 언론진영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온힘을 다해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연주 이후의 KBS, <PD수첩> 투쟁 이후의 MBC를 견고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투쟁은 아무리 그 시기성이 긴급하고, 이에 반해 정권의 탄압은 악랄하다 할지라도 ‘~이후의 공영방송의 대안’ 마련 없이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투쟁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진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막자’뿐만 아니라 ‘대안 마련’을 하는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오늘 방송장악 저지와 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출범한다. 이 범국민행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인터넷 탄압은 조중동 불매 운동에 참가한 일부 네티즌에 대한 탄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전체를 ‘무풍평정지대’로 만들어 장기집권을 이루고자 하는 치밀한 전략 아래 하나 둘씩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공작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네티즌 탄압 저지 운동은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탄압을 분쇄에 초점을 둔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조중동의 잘못된 논조와 왜곡보도, 경품 살포 등의 신문판매시장에서의 불법자행 등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가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투쟁이 일부 언론단체의 주도권 확보와 전선 확대를 위한 기제로 이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언론진영의 반성과 쇄신 없는 구태의연한 방식의 운동으로는 결코 이명박 정부와 맞서 승리할 수 없다. 언론진영부터 스스로 기득권을 타파하고 개혁하는 치열한 자기 혁신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모여서 투쟁하는 운동은 이제 타파해야 한다. 풀뿌리 미디어운동가들의 참여와 이들 운동의 조직적 성장 없이, 방송 및 안티조중동만을 위시로 한 주류 언론운동의 한계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경계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