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언론현업시민단체, 네티즌까지 아우르는 범국민적 연대기구인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이 KBS 이사들을 "정부의 방송장악 행동대원"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정기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권고안 상정 및 이사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언론현업시민단체 관계자·정치권 인사·네티즌 등 2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KBS 이사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3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진행했다. ⓒ곽상아
기자회견문에서 '범국민행동'은 " KBS 이사회의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행동대원임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작전의 1단계인 'KBS 장악'에 가장 중요한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KBS 이사회의 초법적 탈선,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

이들은 "독재정권 조차도 차마 대놓고는 말하지 못했던 'KBS는 관영방송'이라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정부를 국민은 이제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정권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 우리들은 뜻을 함께하는 KBS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KBS 이사회의 초법적 탈선을 결코 묵과하지 않고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참석한 천정배 민주당 국회의원(민주당 이명박정권언론장악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KBS 감사, 정연주 사장 수사 등 모든 초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KBS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과거 5공 시대로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 의원은 또 "민주당 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오신 많은 시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 정상적 의회 절차를 통해 언론자유를 지키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 싸움은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데 불과 5년짜리 정권이 방송을 조중동과 대기업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국민들은 절대로 이를 용서해선 안 된다"며 "다음 세대를 위한 이 싸움은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고 발언해 시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은 "기습적인 구본홍 YTN 사장 임명과 KBS 이사 추천 등을 미루어볼 때 오늘 KBS 이사회가 해임 권고안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신임이사가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KBS가 침묵하면 조중동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고, KBS 2TV와 MBC도 민영화될 수 있다"며 " 이렇듯 엄청난 권력을 가진 KBS의 사장 자리를 절대로 정부 손에 넘길 수 없다. 저들은 우리들의 투쟁을 적대적으로 무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끝까지 필사적으로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KBS는 국민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곽상아
최용수 한국 PD연합회 정책실장은 "이 자리에 오신 시민여러분의 힘을 받아 4시부터 열리는 이사회 회의장 앞에서 신임 보궐이사로 추천된 부산대 강성철 교수의 출입을 막는 투쟁을 하고, 그에게 KBS 이사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연주 해임 권고안 상정 안돼

한편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주요 관계자와 KBS 내부 7개 직능단체들은 KBS 보궐이사로 새롭게 추천된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이사회 출입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 직후 이사회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으나, 강 교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기 전 이미 회의장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연주 사장 해임권고안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으며, 일부 이사들은 신태섭 교수 해임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태섭 교수는 이사회 참석을 위해 KBS를 방문했으나 경비직원들이 출입을 막아 KBS 내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에 신 교수는 KBS 본관 앞에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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