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시절이자 열정이 살아있던 1994년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시대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과 함께 드라마 특유의 러브라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응사는 분명 가장 진화한 드라마입니다.

선물학 개론을 통해 보여준 응답하라 1994의 재미;
쓰레기와 칠봉이의 선물 속에 담긴 미묘한 차이가 흥미롭다

갱년기에 접어든 나정이 엄마 일화를 중심으로 선물이 주는 가치를 절묘하게 담은 6회는 흥미로웠습니다. 알 수 없는 여자들의 마음에 힘겨워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통해 선물의 가치를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 응사다웠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응답하라 1994>는 그래서 재미있었습니다.

허리 디스크로 힘들어하는 나정이는 야구선수인 칠봉이에게 허리 마사지를 받게 됩니다. 투수라는 직업이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살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나정이의 고통을 익숙하게 알고 있는 칠봉이는 직접 마사지를 해줍니다. 나정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칠봉이가 어떤 방법으로든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해태의 원거리 연애의 힘겨움은 결과적으로 이별로 이어졌고, 돌아온 선물 더미들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크게 합니다. 끊임없이 선물을 하는 해태가 이별을 통보받게 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사랑이 서툴었던 해태로서는 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사고체계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신기한 일입니다. 새집 페인트 냄새로 힘겨워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여자가 원하는 답은 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황에 힘겨워하는 여자의 상태였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결국 대결 구도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극과 극인 쓰레기와 칠봉이를 상대로 동일한 주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실험은 흥미로웠습니다. 여자 마음을 너무 잘 안다며 나정이 어머니의 갱년기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었던 쓰레기이기에 나정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나정의 기대와 달리, 쓰레기는 그저 평범한 남자의 감성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칠봉이에게도 같은 질문이 이어졌고 동일한 답을 하는 듯하던 그가 나정에게 괜찮냐는 말 한 마디는 상황을 반전시켰습니다.

나정이와 윤진은 서울 남자인 칠봉이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쓰레기나 칠봉이나 동일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윤진이가 예를 든 상대가 나정이였다는 점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칠봉이가 보인 개인적인 호감과 관심을 그녀들이 착각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윤진이와 삼천포를 화해시키기 위한 왕 게임에서 드러난 묘한 감정선은 <응답하라 1994>를 더욱 흥미롭게 해주었습니다. 간장게장을 시작으로 서태지가 선물한 꼬깔콘을 손대면서 급격하게 나빠진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시작한 왕 게임은 철저하게 둘의 화해를 위한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도 화해보다는 술에 취해 쓰러지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왕 게임에서 마음이 설렌 이들은 윤진이와 삼천포가 아니라, 빙그레와 칠봉이였습니다. 둘의 서로 다른 키스는 오해를 만들었고, 그런 오해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 것임은 분명해졌습니다.

이미 묘한 기류가 흘렀던 쓰레기에 대한 빙그레의 마음은 왕 게임을 통해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의대 선배인 쓰레기에게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빙그레는 왕 게임에서 지목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쓰레기는 술을 마시기보다는 뽀뽀를 선택합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 행동은 그저 술을 마시기 싫은 쓰레기의 마음이었지만, 빙그레는 달랐습니다. 뛰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는 빙그레의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나정이를 좋아하는 칠봉이의 사례 역시 쓰레기와 빙그레 사이의 엇갈린 감정과 같았습니다. 술만 취하면 윙크를 보내고 깨무는 독한 술버릇을 가지고 있는 나정이를 알지 못하는 칠봉이는 그녀가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윙크를 하는 것은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 칠봉이는 술에 취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 나정이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기억도 하지 못하는 나정이와 달리, 그 키스를 통해 나정이와 연애를 시작했다고 착각하는 칠봉이의 모습은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게 했습니다.

해태가 3년 간 사귄 여친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던 것과 이들의 키스가 동일한 것은 서로의 감정을 모른 채 전하는 선물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폐경을 맞아 여자로서 삶이 마감된다는 생각에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일화는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습니다.

산부인과에서 그들이 받은 것은 의외의 선물이었습니다. 폐경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갔던 그들에게 의사의 답변은 전혀 달랐습니다. 폐경이 아니라 늦둥이가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절망 속에서 그들에게 다가온 선물은 어린 시절 하늘로 가버린 훈이가 보낸 값진 것이었습니다. 준이의 생일날 새로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훈련과 학술회로 일본으로 떠났던 쓰레기와 칠봉이가 건넨 선물의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여자를 모르는 쓰레기가 선택한 가장 비싼 화장품은 일반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색채화장 세트였습니다. 좀처럼 센스를 발휘하지 못하는 답답한 쓰레기와 달리, 칠봉이는 마를린 먼로의 잠옷이라 알려진 향수로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정과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버지인 동일마저 사로잡는 양주 선물은 칠봉이가 건넨 가치였습니다. 칠봉이의 이런 선물이 과연 나정이의 남편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칠봉이보다 쓰레기의 사랑이 더욱 깊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지냈던 쓰레기로서는 누구보다 좋은 조건에서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쓰레기가 가족들에게 건네는 다정함은 누구도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폐경으로 힘겨워하는 일화를 누구보다 진실되게 바라봤고, 훈이 생일을 나정이와 동일보다 명확하게 알고 있는 쓰레기는 가족 그 이상이었습니다. 일본으로 떠나면서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에 무슨 날이냐며 이상해하는 동일과 나정이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쓰레기를 보게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선물로 실망시킨 쓰레기이지만 수학여행에서 사다준 나무 주걱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듯, 그의 선물에는 상대를 위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나정이가 원했던 '퇴마록' 2부와 일본에서 사온 마시멜로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칠봉이가 사준 향수에 취해 행복해하던 나정이의 마음을 모두 빼앗은 그 투박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현실적인 선물은 그래서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작은 감정선들을 이용해 전체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응답하라 1994>는 무척이나 민감한 드라마입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작은 하나가 모든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합니다.

나정이의 남편을 찾는 것은 분명 응사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가 나정이의 남자가 될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한 회 한 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를 단순하게 회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시대라는 장치를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1994>는 분명 값진 드라마임이 분명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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